한은, '불확실성 높아져' 기준금리 동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이창용 총재 "금통위원 6명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17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금리를 인하했다가 다시 동결 기조로 돌아섰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거나 1%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데도 한은이 경기 부양 대신 금리를 동결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1분기 경기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과 관련해 "갑자기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밝힌 뒤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어제 캐나다 중앙은행도 비슷한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1410∼1480원을 오가며 큰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현재 1.75%포인트)가 벌어지면 원화가치가 하락하며 환율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분석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미국 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리 동결을 시사한 것도 작용한 모습이다.
하지만 4월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개시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주고 경기 침체가 심화화면 한은도 계속 물가 안정만 고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르면 5월이나 6·3 대선 이후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될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5월에 우리(한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