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51) "노사는 한솥밥 식구"

1987년 울산 노사분규 몸살 앓을 때 선경인더스트리만은 무분규 최종현 회장,굳이 노사를 이원화해 문제를 만들 필요 없다고 생각

2025-04-30     특별기획팀

1987년 6월 대한민국은 민주화의 열기로 타올랐다. 그 불길이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옮겨붙은 곳은 바로 노동계였다. 이후 약 2년 동안 기업들은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않았다. 진원지 역할을 한 지역은 대표적인 공장 지역인 울산이었다. 당시 울산 소재의 거의 모든 화섬 공장은 극심한 노사 분규로 생산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분규가 일어나지 않은 공장이 있었다. 바로 선경인더스트리였다.

왜 모든 공장이 파업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 선경만은 예외였을까. 하물며 그때 선경에는 다른 공장에서 찾아온 노동자들은 노사 분규를 종용하기도 했고, 관리자들은 노무 관리 비법을 묻기도 했다. 당시 분규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노사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라는 최종현의 오랜 철학에 기인했다. 이에 따라 선경은 상호 이해와 존중의 노사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최종현

최종현은 기업에서의 노사 구분은 매우 비합리적인 인식이라고 보았다. 이는 서양 산업 사회의 인식을 동양의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수용한 모순에 불과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조율이나 중재가 가능하며, 따라서 굳이 노사를 이원화해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물론 그렇다고 그가 노조 반대론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접근법에 있었다.

최종현은 경영자로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올리려는 능률 제일주의가 자칫하면 경영의 비인간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했다.

싼 이자를 지불하거나 임차료를 싸게 지급하듯이 인건비를 가장 싸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근본적인 저항과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에게 기업이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인간에 의해 움직이는 유기체였던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