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48) "자네는 잘할 수 있어"
터무니없는 요구를 실무진이 거절하면 최종현은 "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담당자 믿고 그의 의견 존중…개인능력 최대 살릴 수 있도록 조직 만들어
선경그룹이 대한텔레콤을 설립하고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외국계 업체들의 참여 검토에 분주한 어느 날 유수의 통신업체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고, 당시 책임자는 결국 이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총수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는 걸 알고 최종현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그는 "실무선에서 OK를 하면 나도 받아들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담당자를 믿고 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최종현의 스타일이었다.
1992년 선경건설 사장의 갑작스러운 병고로 정순학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었을 때였다. 그는 혼자 의사결정을 하기가 여간 벅찬 일이 아니어서 독대할 기회에 조언을 구했고 최종현이 했던 말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었다.
"That's your business. 자네는 잘할 수 있어."
워커힐호텔의 매출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던 1990년대 초반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선경은 호텔 계열사가 있는 여느 기업과 달리 계열사 직원들에게 이용을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호텔에서는 계열사에서 매출에 도움을 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로 조심스럽게 건의했지만, 최종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시장경제체제 하에선 당연히 자유 경쟁을 통해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것이지."
"You가 알아서 해." 최종현이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한 말이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이 자기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경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원칙을 고수했다.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신뢰에 기반한 자율성과 계열사별 독립성을 강조하는 최종현의 경영 철학은 SKMS와SUPEX 추구에 수렴되어 현재까지 그룹 경영과 기업 문화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