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함 MRO사업에 청신호
한화오션이 6개월간 정비한 '월리 쉬라호', 거제조선소서 13일 출항
한화오션이 지난 6개월 동안 수행했던 美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에 대한 유지·보수 및 정비(MRO) 사업이 성공리에 끝남으로써 향후 한미 조선 협력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초부터 약 6개월 동안 MRO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월리 쉬라호가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13일 출항했다고 밝혔다. <사진>
'함정 MRO'란 함정을 새로 건조해서 일정 기간 운항한 후 그 기능을 지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유지(Maintenance) 및 보수(Repair), 정비(Operation) 등 일련의 후속 작업을 가리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美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한 달 뒤인 8월 월리 쉬라호 MRO 사업을 수주했다. 미 함정 MRO 사업 국내 최초 수주였다.
월리 쉬라호는 화물·탄약·연료 등을 전투함에 공급하는 군수지원함이다. 배수량 약 4만 톤급, 전장·전폭이 각각 210m, 32.3m에 달하는 대형 함정이다.
이번 월리 쉬라호의 MRO 작업에는 △선체 및 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 및 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전반적인 정비 작업이 포함됐다. 선체 등 외관 정비는 물론 프레임 등 내부 구조물을 분해해 정비한 후 재조립하는 작업이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측의 높은 기술적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정비 품질과 효율성 면에서 최상의 성과를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약 3개월을 예상하고 시작했지만 정비 도중 선체 내 손상 부위를 새로 발견하고 올 초 미 해군 측에 알려 추가 계약을 따내면서 정비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이로써 한화오션은 기존 계약(약 200억 원)에 추가 정비 계약(약 300억 원)을 더해 이번에 총 500억 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 도중 한화오션의 추가 솔루션 및 해결 능력 제시 등으로 미 해군 측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져 추가 수주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월리 쉬라호 MRO 사업을 통해 미 해군 MRO 시장에 처음 진출한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YUKON)'호의 정기 수리 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함정 유지보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방국 조선소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미 해군이 10척에 가까운 MRO 사업 발주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MRO 수주 금액은 척당 200억~300억 원에 이르며 올해 예상 발주 규모는 총 2,000억~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의 올해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 목표는 5~6척이다.
패트릭 무어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한국 파견 대장은 13일 거제조선소 출항식에서 "한화오션 임직원들과 월리 쉬라호 승조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며 "이는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로 향후 더욱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TFT 상무는 "이번 MRO 사업 성공을 통해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한미 해군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해군 MRO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MRO 성공으로 한국이 글로벌 해군 MRO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미국은 물론 아시아, 중동, 유럽 등지로 글로벌 MRO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 해군 MRO 시장은 약 8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계속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선 협력 러브콜'을 보내 국내에 한미 조선 협력에 큰 기대감을 심어 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월리 쉬라호 MRO 사업이 성공하자 국내 업계의 기대감도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