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트럼프는 생산시설 원하지만 인센티브가 필요"

韓사절단 대표로 美상무장관 면담…러트닉 "투자 약속하면 1년 안에 착공해야"

2025-02-24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기업당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의 투자 기준을 언급했다.

대미통상 사절단 단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삼성, 현대차, LG 등 4대 그룹과 한화, HD현대,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재계 인사 10여 명은 21일 오전(현지시간) 러트닉 장관 취임 선서식에 앞서 40여분 동안 만났다. 러트닉 장관이 앞서 두 차례 예정된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취임식 직전 마련한 자리였다.

대한상의와 SK그룹 등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 기업인이 수천만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자 '최소한 10억달러의 투자를 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무조건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아니고, 10억달러 투자부터 미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니 그 정도를 하면 좋겠다고 설명하는 취지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러트닉 장관 선서식 이후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 각서에 서명하면서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한 '패스트트랙'(fast-track) 절차를 신설하겠다"며 "10억달러를 넘는 대미 투자에 대한 환경평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투자를 약속하면 당장 1년 안에 착공과 같은 구체적인 추진을 보여야 한다"며 기업이 투자를 약속만 하고 시간을 끄는 것은 용인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한국 참석자들은 '한국이 지난 8년간 1600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8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21일 워싱턴DC 소재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지 않고, 이게 내 장사에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를 얘기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계속 (미국이) 세금도 내리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직은 뭐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지 않나. 좀 더 지켜봐야겠다"며 "그래야 계획을 짜거나 뭘 하는데 반영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아직 뭐가 나온 게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미국이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투자처로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미국이 유리한 것도 있다. 인공지능(AI) 분야 등은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훨씬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민간 사절단의 방미 성과를 묻자 "같이 해서 서로 좋은 얘기가 있어야 되는 것을 준비해왔고, (미국이) 6개 분야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대한상의가 준비한 6개 분야는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