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45) "신뢰는 돈 주고 살 수 없다"
최종건 창업회장, 목숨같이 신용관리…빌린 돈은 비싼 급전구해서라도 제때 갚아 시설 투자에 거금을 쏟아 자금 사정이 어려울 때는 받지 않겠다는 '집문서'도 넘겨
2025-02-05 특별기획팀
최종건은 사람 사이의 신뢰와 신용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을 세우고 키웠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품질, 납기, 대고객 서비스를 철저히 지켰다. 그에게 신용은 목숨과도 같았다.
그는 회사의 자금이 모자라 돈을 자주 빌려 썼지만, 결제일이 돌아오면 매우 비싼 급전이라도 빌려서 정확하게 갚았다. 그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그의 신용을 의심하지 않았다. 만기일이 되면 원금과 이자까지 쳐서 반드시 갚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최종건은 고향인 수원의 어릴 적 친구 이종용에게 주로 돈을 빌렸다. 이종용은 늘 자금에 쪼들렸던 친구를 돕고자 기약 없이 돈을 변통해주고는 했는데, 정작 자신은 까맣게 잊어버렸더라도 최종건은 이자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반드시 갚았다.
언젠가는 선경직물이 시설 투자에 거금을 쏟아부어 자금 사정이 어려울 때였다. 벌써 오래전에 이종용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했던 최종건은 서울 장충동에 사두었던 집문서를 들고 나타났다. 이종용은 "이걸 어떻게 받느냐?"며 마다했지만, 최종건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만큼 최종건은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의 신용은 제품 품질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처음부터 발현되었다. 전쟁 직후 소비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무엇이든 대충 만들어 내놔도 잘 팔리던 때에도 최종건은 결코 이를 허용치 않았다. 품질에 대한 우수성과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었고, 생산 과정에서 허투루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