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무역갈등 격화 땐 성장률 0.2%p 더 하락"
조사국서 성장 전망 경로상의 리스크를 '시나리오2'로 소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의 주요 교역국 대상 관세 인상이란 악재가 겹치며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제전망에서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성장 전망 경로상의 리스크를 '시나리오2'로 소개했다. 당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의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 0.2%포인트(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로 닥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의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캐나다와 멕시코도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문제는 한은의 기존 전망에 이런 상황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은은 1월 16일 기준금리 동결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했던 1.9%보다 낮은 1.6~1.7%로 예측했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의 경기 하방 효과를 0.2%p 정도로 판단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리스크는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수준 정도만 감안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유지 결정 이후인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한은이 오는 25일 발표할 예정인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5%나 그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최근 1.5%에서 1.4%로 낮췄고, JP모건도 1.3%에서 1.2%로 내렸다. 리서치 전문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1%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