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금리 인하 발목 잡은 '고환율'

비상계엄 사태로 경기 침체가 심화됐음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불안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 10월, 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으나 이번에는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높은 상태에서 3연속 금리인하로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오르며 물가 상승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내수와 부동산경기가 냉각되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압박이 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금통위로선 추가 인하에 앞서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 정책 윤곽, 28∼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완화 속도, 국내 재정 집행 상황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 등을 지켜볼 움직임이다.

다음 금통위 회의는 2월 2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