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의 흔들림 없는 25년 선행

올해도 8000여만원 현금 뭉치와 편지 놓고 사라져 … 누적 10억 넘어서

2024-12-21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전주

2000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을 놓고 사라지는 전북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현지에선 '탄핵 등 시국이 어수선한만큼 나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25년째 이어졌다.

전주시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26분쯤 노송동주민센터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전화가 걸려 왔다. "(부근) 기자촌 음식점 맞은편 탑차 아래에 (성금을)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란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40∼50대 남성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주민센터 공무원은 현장에서 A4 복사 용지 박스 안에 담긴 현금과 돼지저금통,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상자에 담긴 성금은 5만원 지폐 묶음 8000만원을 포함해 총 8003만8850원이었다. 이로써 2000~2024년 25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누적 성금은 10억4483만6520원으로 집계됐다.

성금 기부자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을 기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로 불렸다. 2019년에는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000여만원 성금이 도난당한 일도 있었으나 천사의 선행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전주시는 그동안 이 성금으로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6937가구에 장학금과 쌀, 연탄 등을 지원해왔다. 또한 기부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를 지정하고 주민들과 함께 '천사 축제' 개최와 다양한 재능기부 행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