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소폭부양 재정정책 필요"

"무조건 재정을 푸는 그런 상황 아니다"…"올 경제성장률 2.1%가 될 가능성 굉장히 크다"

2024-12-18     이코노텔링 장재열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18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빨리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심리에도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애초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는 "수출은 예상대로 유지되는 것 같지만 소비 지표인 카드 사용액은 생각보다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경제심리 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올해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2%보다 0.1%포인트(p)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도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p 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추경 방향에 대해선 "코로나 때처럼 무조건 재정을 푸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해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그는 "재정이 질적인 것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팽창할 요인이 있다는 말씀"이라며 "물가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번 결정하면 다시는 못 깎는 지출보다는 일시적으로 타깃할 수 있는 예산 항목으로 경기를 강화하고, 통화정책도 거기에 맞춰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속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언급하며 "사회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을 부양해 경기를 일으키는 과거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30원 정도 오른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저희가 아주 많은 양을 개입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변동성이 줄어든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정치 프로세스가 안정되면 경제도 정상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선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도 변동성이 커질 때는 단호하게 완화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면 계속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할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밑으로, 41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0.05%p 정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했는데 1.95% 정도로 될 거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