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심리적 방어선 1450으로 밀려"
외환시장 동향…1500원 넘나들 경우 외환보유고 '4000억달러 붕괴' 가능성 거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넘게 정국 불안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원/달러 환율 단기 저항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계엄 사태 전에는 1400원만 넘어도 외환당국이 비상이었는데 어느 새 1400원대가 익숙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까지 밀렸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그동안 급등한 탓에 환율 1400원대 고착화 조짐은 지속됐다.
특히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야간 거래에서 1442.0원까지 뛰면서 단기 저항선은 1450원선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금융위기 외에는 겪어본 적이 없는 '위기 환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적 신용위기였다. 외환위기와 이번 계엄 사태는 국내 문제다. 현재 외화보유액은 외환위기 때보다 100배 넘게 많은 대외순자산국이지만, 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내란 혐의를 받는 사상 초유의 리더십 부재 상태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수출업체는 고환율이 채산성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수입업체의 비용 상승을 유발해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 자금이 유출되면 경제의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진다.
환율이 상승 압박을 더 받아 외환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면 외환보유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다.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감소하는 추세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300억달러 넘게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돌파에 이어 1500원을 넘나들 경우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헐어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40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으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을 가동할 계획이지만, 당장 비상계엄 이후 외환보유액 감소 규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일주일간 환율 변동 상황을 보면 당국이 개입한 흔적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