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인하속 대출 금리 인상 '기현상'

가계대출 조이자 대출금리 하단 올라

2024-11-04     이코노텔링 곽용석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낮추면서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 금리는 오히려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만 확대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55%로 집계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튿날 10월 12일(3.15∼3.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0%포인트(p), 상단이 0.25%p 낮아졌다.

은행들은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수신금리를 낮췄다. 농협은행은 10월 23일 거치식 예금 5종 금리를 0.25∼0.4%p, 적립식 예금 11종 금리를 0.25∼0.55%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10월 23일과 11월 1일 적금 상품 금리를 0.2%p씩 내렸다. 하나은행도 1일 수신상품 11종의 기본금리를 0.05∼0.25%p 낮췄다. SC제일은행과 토스뱅크도 1일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8%p, 0.3%p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은행권 예금 금리가 하락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일 기준 연 4.160∼5.860%로 집계됐다. 10월 11일 기준금리 인하 시점(연 3.880∼5.8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0%p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3.218%에서 3.229%로 0.011%p 오른 점을 감안하면 지표금리보다 대출금리 상승 폭이 컸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도 연 4.090∼5.754%로 3주 전(연 3.990∼5.780%)보다 하단이 0.10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304%로 그대로인데, 대출금리 하단은 올랐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750∼6.480%)도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360%에서 3.400%로 상승하면서 하단이 0.040%p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을 관리하라고 압박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뒤 계속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