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군불 때기용' 금리인하
통화긴축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내려 금통위“올성장 2.4% 불투명"…연내 추가인하 부정적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돈줄을 죄는 '긴축'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완화' 쪽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완화 시작을 알리는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불안한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이 들썩일 우려가 있지만, 한은이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국내 경기가 부진해서다. 한은의 금리인하로 미국(4.75∼5.00%)과의 금리 차이는 다시 1.75%p로 벌어졌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외환시장 리스크(위험)도 다소 완화됐다"며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8월 전망(성장률 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연내 추가 금리인하에 부정적 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금통위원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어떤 계량 모델을 쓰더라도 중립 금리 상한보다 실제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며 내년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향후 금리인하 속도에 대해선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완만한 속도의 금리인하 방침을 예고했다.
그는 일각의 '금리인하 실기' 비판에 대해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을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