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앞에서 벤처기업인들 '쓴 소리'

청와대 간담회서 "글로벌기업들 쉽게 들어와 더 혜택"역차별 호소 김택진 "정부가 더 스마트해여" 이해진 "규제 탓에 투자 유치 애로" 문 대통령은 의견 청취 후 "해당 부처에서 잘 살펴보라"현장 언급

2019-02-07     곽용석 이코노텔링기자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인들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이 7일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느꼈던 아쉬운 점을 비교적 소상하게 털어놨다.

문재인

이날 간담회에는 이해진 GIO와 김택진 대표 외에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해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IT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택진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이 진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기는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라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해진 GIO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라며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들에 적용되는 잣대로 동등하게 대우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사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가 투자유치의 걸림돌이 된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이 하나의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승건 대표 역시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데 애를 먹는다. 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유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52시간 근무제'를 언급하며 "취지는 알겠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에는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기업에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이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은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으며 "해당 부처에서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는 기업들에 건의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고민정 청와 부대변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