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만든사람들⑰아서 밀러와 먼로㊤
대공항 참상 지켜보며 '자본주의 두 얼굴' 그린 '세일즈맨의 죽음 탈고 지적 컴플렉스 빠진 먼로와 결혼 … '외모와 지성' 서로의 약점을 '보완'
뉴욕 브루클린의 소시민 윌리 로먼. 그는 평생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며 실적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친다. 구멍난 스타킹을 꿰매는 아내,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낙제하는 자녀. 은행잔고는 매달 바닥을 드러내며 숨통을 조여온다. 하지만 집 주변엔 자고 일어나면 고층빌딩이 속속 올라간다. 그의 모습은 점점 초라 해진다.
세일즈맨으로 성공하려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곤 아무것도 남긴 것 없이 자살한다. 주인공 장례식에 가족과 친구 한 명씩r만 참석한다. 세일즈맨이었지만 인간 교류폭이 넓지 않았다.
평생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무시를 당하지만 자식들에겐 자신이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허세를 부렸다. 이해관계로만 얽혀있는 사회. 그리고 죽을 때 빚이 많았지만 다 갚지 못하고 오히려 아내와 자식들에게 떠 넘기고 생을 마감했다. 돈을 쫓았지만 한 푼을 남기지 못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세일즈맨의 죽음'의 줄거리다. 그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인간관계의 참상을 고발한 소설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서 밀러 자신이 대공황을 겪으며 느낀 자본주의 허점을 풀어낸 작품으로 1949년 미국서 초연 당시 퓰리처상 극본상, 토니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아서 밀러는 1915년 미국 뉴욕의 당시 중산층 백인 거주지역인 할렘에서 출생했다. 그 당시만에도 할렘은 지금처럼 거의 흑인만 거주하는 못사는 지역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여성 의류 제조업자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유대인계 중산층 가정에서 3남매 중에서 그는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29년에 전세계를 휩쓴 경제 대공황으로 아버지의 공장이 어려워지자 뉴욕시내서 좀 더 싼 곳인 브루클린으로 이사한다. 아서밀러는 고등학교 졸업한 후 지방 방송국 가수, 트럭 운전수, 웨이터, 자동차 부속품 창고 사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학비를 마련한다. 이 때 다양한 체험을 하며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현실적인 눈으로 관찰한다. 그의 작품 세계속에서는 ‘그가 본 세상’이 그대로 투영됐다.
아서가 작가가 된 것은 순전히 어머니 덕택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브로드웨이 연극에 그를 자주 데리고 갔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아서는 무대와 연극을 접했다. 어머니는 아서가 무대 연기자이면서 노래도 잘하는 스타가 되길 은근히 바랬다. 그러나 아서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애당초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테니스 같은 운동이 더 좋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작가로서 무대에 선다. 1934년, 그는 미시간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언론학,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연극과로 전공을 바꾼다. 대학 재학 중 쓴 희곡으로 대학내에서 '상’을 처음으로 받으면서 연극세계로 발을 들여 놓았다. 졸업 후 뉴욕으로 돌아간 그는 생계유지를 위하여 라디오 드라마를 쓰기도 하며,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이 희망하던 희곡 창작에 몰두한다.
1944년에는 희곡 「모든 행운을 가진 사나이(The Man Who Had All the Luck)」가 생애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 그러나 단 4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1947년에 「모두 나의 아들들(All My Sons)」이 상연된다. 이 작품이 뉴욕 연극평론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49년은 그는 세계적인 극작가 반열에 올랐다. 바로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을 펴냈고 이 작품으로 미국의 권위있는 ‘퓰리처상’과 ‘뉴욕 연극평론가상’과 ‘앙트와네트 페리상’ 등을 연거푸 수상한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그 때 마릴린 먼로와도 만난다. 마릴린 먼로는 평소 남자들에게 바랐던 것이 있다. 그녀가 평생 삶에서 구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느낌과 정'을 원했다. 둘 간의 나이차는 11년. 양키즈의 전설적인 강타자 '조 디마지오'와의 두번째 결혼 실패 후 마릴린 먼로의 세번째 결혼 상대자는 바로 아버지 같은 남자이며 그녀가 만난 남자 중 가장 지적인 남자,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극작가 아서 밀러, 그였다.
마릴린 먼로는 아서를 대놓고 치켜 세웠다. 그를 향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공개석상에서 표현했다. 아서 역시, 마릴린먼로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녀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고도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간성과 가치가 다른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다는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성적인 심볼에서 지적인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하던 그녀에게 아서는 훌륭한 파트너였던 셈이다. 또 아서는 그녀에게 남자이자 스승이었다. 서로가 자신의 모자란('외모'와 '지성') 부분을 메워줄 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들은 1954년 결혼을 발표한다. <하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