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45)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실시전 고려사항 

구조조정 선언 앞서 경영상황 등 회사의 '불가피한 조치' 뒷받침할만한 여건 점검 권고사직 리스트 등과 같은 문서 만들면 그 내용이 삽시간에 사내 전파 가능성 커

2024-06-26     권능오 노무사

불황과 인건비 압박, AI·로봇 등의 업무도입 등으로, 지금 한국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없이 인력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뉴스를 보면 "저렇게 큰 기업도 고용조정을 하나?"싶을 정도이다.

직원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가, 외교군사적 용어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최후통첩"(ultimatum)"이라면,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은 직원에 대한 "선전포고(declaration of war)"와 같다.

전쟁(?)을 시작했으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근로자가 회사의 사직 권유에 대해 거부하면서 "끝까지 회사에 남겠다"고 하면, 이로 인한 조직의 불안정성 및 인력운용의 비효율성은 회사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희망퇴직 선언 전에 다음의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회사가 구조조정을 선언했을 때, 직원 개인의 수락 여부는 일단 둘째치고, 직원들이 회사의 불가피한 조치에 최소한의 이해를 하겠는지를 미리 추정해야 한다.  즉 

​1) 당면한 회사의 경영상황(누적적자, 부채비율, 업황전망 등)

2) 권고사직 전 회사의 자구 노력(임원 연봉삭감, 신입공채 중단, 연장근무 중단)뿐만 아니라

3) 과거 회사의 희망퇴직 사례의 존재와 당시 직원들의 반응 등을 알아봐야 한다.

​둘째는,"총대를 멜" 간부직원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규모 희망퇴직이든, 특정 저성과자 일부에 대한 권고사직이든, "누군가"는 권고대상 직원에게 사직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누가 이런 "악역"을 담당할 지는 회사 규모와 조직도, 권고대상자의 숫자 등 많은 변수들 때문에 뭐라 단언할 수 없지만, 사장, 본부장, 인사팀장, 소속 팀장 등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절실하고 실행계획이 그럴듯해도, 회사 편에 서서 근로자를 설득할 간부가 없으면, 희망퇴직이든 권고사직이든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설득 논리는 최대한 개인화하여 준비해야 한다.

"공장폐쇄"같은 집단적 정리해고에서는 회사 경영사정이 앞선 설득 논리이겠지만, 구조조정 대상 직원이 소수이면 소수일수록, 개인화된 설득 논리가 필요하다.

회사 구조조정 문제를 "회사 경영사정 상 누군가는 희생이 되어야 한다"라고 안이하게 접근하면, 권고를 받은 근로자는 "회사 사정은 이해하겠지만, 왜 하필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하냐?"며 반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경영사정에 불구하고 해고를 회피하려, 회사가 최대한 노력을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득 논리를 개인맞춤형으로 미리 준비하고, 진정성 있게 근로자를 설득하지 않으면, 회사가 바라는 바를 얻기 힘들 것이다.

넷째, 사직 권유 진행 중 직원이 거부했을 경우를 대비한 "전술 계획"이 있어야 하고, 직원이 권고사직을 최종적으로 거부했을 경우, 해당 직원을 어떻게 인사조치하겠다는 "전략 계획"이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전자와 후자 모두 "심모원려"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섯째, 위 첫째~넷째의 사항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섣불리 인사실무자에게 지시해 "구조조정 검토(안)"이나 "권고사직 대상자 리스트" 같은 문서를 만들게 하면 안된다. 사내 소문 중 구조조정 소문은 회사의 어떤 소문보다도 가장 빨리 직원들 사이에 퍼지는데, 아무리 내부 보안을 유지하며 추진한다 해도, 문서로 계획서를 만들면 그 내용이 사내에 삽시간에 전파될 수 있다. 아직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는 회사의 최종 결심도 안 섰는데, 이렇게 검토단계에서 소문이 사내에 퍼져버리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불신과 근무사기 저하는 물론, 자칫 회사가 이도 저도 못하는 사태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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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