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23) "기업 구성원을 세계적 경영자로 키우겠다"
최종현, 대한석유공사 초대 사장에 취임 … 그룹 회장이 계열사 맡는 건 전무후무 경영정상화에 그룹의 미래를 걸어…"인수조건 이행 못하면 경영서 손 떼" 배수진
1980년 12월 23일. 최종현은 민영화된 대한석유공사의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에 오른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는 그가 대한석유공사의 경영 정상화에 그룹의 미래를 걸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선경은 대한석유공사를 다른 어떤 회사보다 더 크게 발전시킬 것이며, 기업 이상으로 구성원을 세계적 경영자로 키우겠다."라는 것이었다.
최종현은 "유공 경영을 필생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신명을 바친다."라는 각오로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 "석유의 안정공급을 위해 선경이 갖고 있는 힘을 다해 경영에 임하겠다. 정부에서 제시한 인수조건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유공 주식 전부를 정부에 반납하고, 선경이 갖고 있는 모든 기업의 경영에도 손을 뗀다."라는 것이 그의 각오였다.
최종현은 취임 4일째부터 주말을 이용해 임원과 영업소장 등 간부 60명을 선경연수원에 입소시켜 향후 경영 방침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가 첫 번째로 주력한 것은 기존 유공 직원 전원이 앞날에 대한 불안감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유공이 가지고 있던 관료적인 행태와 고압적인 자세, 부조리한 관행을 타파한다는 전제 아래 모두가 불안 없이 힘을 합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제공하기를 바랐다.
최종현은 종전의 걸프 때와 같은 미국식 경영 철학과 방식을 벗어나 한국의 실정에 맞는 우리만의 정서를 반영한 기업 경영을 표방했다. 기업의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 각 부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적합한 경영 원칙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람을 잘 다루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영하며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경영이 필요했다. 이것은 바로 평소 그의 소신인 인간 위주의 경영이었다.
특히 최종현은 직원들이 새로운 기업 문화 안에서 각오를 다지고 미래를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의욕 관리에 신경을 썼다. 의욕 관리란 구성원 전체가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가지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급여와 공정한 인사 관리, 일에 대한 보람을 갖게 하기 위한 책임과 권한의 분배가 뒤따랐다.
최종현의 경영 방식은 이전 직장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기존 직원들은 SKMS를 빠르게 흡수했고, 유공은 점차 이전과는 다른 회사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종현은 사장을 맡은 3년간 유공을 빠르게 정상에 올려놓았다. 매출액은 약 40% 증가했고, 만성적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인수 당시 1,160%에 달했던 부채 비율도 3년 만에 391%로 떨어졌다.
이것은 모두가 예견한 칼바람 대신 믿음과 포용을 추구한 최종현의 첫 번째 경영 원칙인 인간 위주 경영의 값진 성과였다. 그는 언제나 직원을 파트너로 여겼으며, 이러한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SK의 중요한 기업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