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농가 '기후변화 피해' 보상금 급증
지난해 사과·배 착과 수 감소해…6년간 보험금 8633억원 지급
이상기후로 인해 봄철(3월 하순∼4월 말) 서리 발생이 늘고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과수 농가의 서리 피해(동상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0일 내놓은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3년 사과와 배 봄철 서리 피해로 지급된 보험금이 8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과·배 농가에 지급된 총보험금(1조3697억원)의 63%를 차지한다.
농작물에 서리가 내리면 조직이 얼어붙어 파괴된다. 서리 피해는 과일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농작물재해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봄철 서리 피해로 사과와 배 착과(열매가 달리는 것) 수량은 전년보다 각각 16.5%와 31.8% 감소했다. 지난해 사과·배 관련 총보험금(2658억원) 중 착과 감소로 인한 보험금은 1684억원(63.4%)에 이른다.
'냉해'로 불리는 서리 피해에 탄저병까지 겹쳐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t으로 2022년보다 30.3% 감소했다. 배 생산도 18만4000t으로 26.8% 줄었다. 봄철 서리 피해로 인한 과일 생산 감소가 수급 불안을 초래하면서 올해 1분기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해 1분기보다 109% 상승했다. 배 가격도 같은 기간 148% 올랐다.
지구 온난화 속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이상기후로 인해 끝서리는 점차 늦어지고 서리 발생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과·배·복숭아를 주로 재배하는 충청, 경상, 전라 지역에선 2010년대 중반 이후 서리 발생 빈도가 높아져 거의 매해 수량과 품질 동반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 온난화로 개화기가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과수는 꽃이 피면 추위에 견뎌내지 못한다. 개화기에 서리가 발생하면 꽃눈이 고사해 착과 수가 감소하고 착과가 되어도 기형이 많아진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봄철 서리 피해 발생 가능성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며 "농업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고, 정부는 온풍기와 살수 시스템, 방상팬 등 봄철 서리 피해 예방에 필요한 장비 구입을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