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50조원 넘게 줄어

지난해 개인 투자자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서 대거 이탈…금융기관 차입 급감

2024-04-05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지난해 가계 여윳돈이 50조원 넘게 급감했다. 비싼 아파트값에 따른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에 고금리가 맞물려 가계 돈이 마르면서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4일 내놓은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2022년(209조원)보다 50조8000억원 감소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것이다. 통상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은은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고, 경기 부진으로 소득 증가율도 둔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원으로 2022년 전(283조5000억원)보다 88조8000억원 급감했다. 이는 2019년(181조6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2022년 31조7000억원에서 2023년 –4조90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3년(-7조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서 대거 이탈했음을 보여준다.

금융기관 예치금(147조원→128조8000억원), 보험 및 연금준비금(65조1000억원→41조4000억원), 채권(34조5000억원→25조5000억원)도 운용액이 감소했다.

가계는 지난해 총 36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은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22년(74조5000억원)과 비교해 조달액이 38조1000억원 줄었다.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은 66조1000억원에서 29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금융당국의 통제로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계속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글로벌 경기 악화로 급감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순조달 규모가 109조6000억원으로 2022년(198조1000억원)보다 88조5000억원 줄었다. 정부의 순조달 규모도 긴축 재정으로 1년 사이 34조원에서 13조원으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