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철의 X파일]② "손흥민 선수는 월드클래스가 아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 "절정기에 이르지 않아 좀 더 발전해야" 손사래 손 감독과 필자는 고교 동문…손 감독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춘천으로 축구 유학 "우리는 돈만 쫓는 사람 아니다"…사우디의 축구팀 거액 스카웃 제의 단칼에 거절

2024-04-17     최동철 이코노텔링 편집자문위원장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라스가 아닙니다." 이 말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2년 전 춘천에 있는 손흥민 축구 아카데미에서 나에게 한 말이다.

필자와 손웅정 감독은 춘천 고등학교 동문이다. 손 감독은 나의 십수년 후배다. 필자가 82년 KBS 기자이자 KBS 2 TV 9시 스포츠 뉴스 앵커로 말 그대로 잘 나갈때 손웅정 감독은 가까머리 고등학교 2학년 축구선수였다. 그 때 우리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고향이 충청남도 서산으로 몹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때부터 축구에 소질은 있었던 것 같다.

1970~80년대는 지금과 달리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간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되면 중ㆍ고등학교 감독이나 체육 교사들이 자기집에서 선수의 침식을 해결해주며 선수를 관리하던 시기였다. 손웅정 감독도 필자의 1년 선배인 중학교 체육교사의 눈에 들어 서산에서 춘천으로 축구 유학을 갔다. 그게 인연이 돼 손흥민 선수의 고향이 춘천이 된 것이다.

최동철

손흥민 선수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스포츠 팬들로 하여금 매주 손흥민 선수의 골 소식과 함께 "찰칵 세리머니"를 기다리게 하고 있다.

필자가 53년 체육 기자로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를 취재하면서 만난 수많은 스타 중에서 손흥민 선수야말로 선수로서의 재능과 인성이 말 그대로 '월드클래스'다.

손흥민 선수는 18살 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성인 무대 데뷔했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주장으로 활약하는 지금까지 모두 255골을 기록해 우리나라 축구사의 새 장을 열고 있는 중이다.

손흥민 선수에 대한 전세계 축구팬들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낳은 경제효과도 대단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손 선수가 2022년에 만들어낸 경제 효과는  2700억원이라고 평가했다. 승용차 9800대를 판매한 것과 맞먹고 5년 간 1조 3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 선수의 뛰어난 활약상은 2019년 12월 번리 팀과 경기 때 72미터를 13초간 단독 질주해 수비수 7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을 때다. 당시 이 질주를 지켜본 세계 축구 팬들은 환호을 넘어 경악할 정도였다.

손흥민은 이 골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매해 최고의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때의 경제 효과가 2조원이였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손흥민 선수는 2025년 6월까지 현재의 토트넘과 계약돼있다. 손흥민 선수는 한 주에 우리나라 돈으로 3억 2천만원의 주급을 받고 있다.

손흥민박물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총리인 빈 살만은 2022년 11월 서울 롯데호텔 여러 층을 전세 내 500여명의 경호원을 투숙시키는가 하면 벤츠 방탄 승용차를 직접 공수해 올 정도로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사재가  2800조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빈 살만 왕세자는 특히 스포츠를 좋아해 2029년에 니옴시티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2030년에는 리야드에서 국제박람회, 2034년에는 월드컵 축구,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연이어 유치했다.

그래서 그런지 빈 살만의 입김이 큰 사우디의 알이티하드 팀이 손흥민 선수에게 이적료 6000만 유로(약 880억원)에 연봉 3000만 유로(약 440억원)을 제시했지만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 감독은 "우리는 돈만 쫓는 사람이 아니다" 라면서 한마디로 거절했다. 손흥민 선수가 오늘날 월드클래스에 오른 것은 부친인 손웅정 감독의 철저한 '손흥민 민 관리' 덕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손 감독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축구의 본질'을 둘째 아들인 손흥민 선수에 심으려고 애썼다. 손 선수 역시 인내심을 갖고 묵묵히 아버지의 의중을 따랐다. 그래서 오늘날 손흥민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요르단전을 앞두고 9년 후배인 이강인의 하극상에 주장인 손흥민이 오른손 2개 손가락이 탈구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손웅정 감독의 성정이라면 참고 또 참고 있을 것이다. 먼 훗날 손 감독이 이 하극상에 대해 무슨 말을 할런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손 감독은 왜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닙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는 걸까. 손 감독은 "정상에 오르면 그때부터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의 이치"라며 "흥민이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이 있기 때문" 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아직 손흥민 선수가 절정기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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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다음주 주제는 '영국정부는 왜 손흥민의 활동에 감동했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