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쌍둥이 흑자+최대 실적'

현대차 15조원대 등 두 회사의 영업익 26조원…수출 호조에 고가 차량 약진

2024-01-25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와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증가한 덕분에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 15조원을 넘어섰고, 기아는 11.6%의 첫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5일 기업 설명회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였던 2022년 매출(142조1515억원)과 영업이익(9조8249억원) 대비 14.4%, 54.0%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서기는 처음이다. 연간 매출 160조원 돌파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9.3%로 집계됐다. 이로써 현대차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기업에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전동화 시대 라이벌인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8.2%)를 제쳤다.

기아도 이날 오전 지난해 매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 11조6079억원의 실적을 공시했다. 종전 최대 실적인 2022년 매출(86조5590억원)과 영업이익(7조2331억원) 대비 15.3%, 60.5% 증가했다.

이로써 현대차·기아 양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262조4720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록한 합산 최고 매출(228조7105억원) 대비 14.8%, 합산 영업이익(17조580억원)보다 56.7% 늘었다.

현대차·기아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것은 미국을 포함한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총 421만689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디 올 뉴 싼타페' 등의 인기에 힘입어 전체 판매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53.9%로 높아졌다. 여기에 제네시스의 SUV인 GV60, GV70, GV80을 더하면 SUV 판매 비중은 57.1%로 60%에 육박한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도 5.3%로 높아졌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1989년 출범한 지 32년 만인 2011년 전체 도요타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가 훨씬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증가한 것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되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년 대비 37.2% 많은 69만5000대를 팔았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전년 12.8%에서 16.5%로 상승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도 2022년 5.3%에서 지난해 6.4%로 올라갔다. 현대차가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등 보호무역주의 와중에도 선전했음을 보여준다.

기아의 경우 하이브리드차(HEV)는 전년 대비 20.8% 많은 30만60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15.5% 늘어난 8만8000대 판매했다. 전기차(EV)도 15.3% 많은 18만2000대 판매하며 친환경차 비중을 19.1%로 높였다.

여기에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이 가세해 현대차·기아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양사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0.6% 많은 424만대로 정했다. 영업이익률은 8.0%∼9.0%를 목표로 잡았다.

기아는 세계 시장에서 3.6% 증가한 320만대를 판매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 3.4% 많은 101조1000억원, 1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양사는 지난해 실적 호조를 반영해 주주 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주당 8400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2023년 연간 배당은 2·3분기 배당 합계 30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63% 많은 주당 1만1400원으로 책정됐다.

기아도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책정하고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