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지표 잇단 경고등…시장에 먹구름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 20년만에 마이너스 기록…설비투자도 4년만에 감소세

2024-01-02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민간 소비와 투자·건설 등 내수 시장을 반영하는 지표들에 경고등이 켜지며 내수가 급격히 부진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1~11월 소매 판매는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체감 경기와 직결되는 건설 경기도 향후 건설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 지표인 건설 수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건설 수주액(경상)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6.4% 감소했다. 1∼11월 기준 건설 수주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8년(-0.6%) 이후 5년 만이다. 감소 폭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2.1%) 이후 25년 만의 최대폭이다.

건설수주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0년 16.6%, 2021년 9.2%, 2022년 10.1%의 증가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금리와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원자잿값과 임금이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악화했다.

착공도 부진하다. 지난해 1분기 건축 착공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가 2분기 -46.5%, 3분기 –44.2%로 감소 폭이 커졌다.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인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1∼11월 8.7% 늘었지만, 수주·착공 부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건설경기 부진은 체감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고용 측면에서도 일용직 근로자의 절반이 건설업 종사자다.

소매판매·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도 부진하다. 지난해 1∼11월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 2013년(-3.1%) 이후 20년 만의 '마이너스'다. 19년 만에 2년 연속 3%를 웃돈 고물가에 고금리가 겹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면서 상품 소비가 위축됐다.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장 기간 줄었다.

지난해 1∼11월 설비투자도 1년 전보다 5.4% 감소했다. 2019년 1∼11월(-7.2%) 이후 4년 만의 감소다.

전기전자(IT)·자동차 수출 대기업에 편중된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감안해도 내수 부진은 다른 주요국들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6분기 만에 주요 7개국(G7·1.2%)에 추월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에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