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지 못하면 2050년 성장률 0% 이하로"
한은 경제연구원 경고.…"비싼 주거비용이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2050년께 경제성장률이 0% 이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내놓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인구 1000만명 이상 지구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다.
특히 출산율 하락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960∼2021년 출산율 감소율(86.4%·5.95→0.81명)이 세계 1위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46년에는 일본을 넘어서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등 3대 불안을 꼽았다. 고용 불안의 경우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청년 일자리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15∼29세 임금금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높아졌다. 취업자의 결혼 의향 비율(49.4%)은 비취업자(38.4%)를 웃돌았지만, 비정규직(36.6%)의 경우 오히려 비취업자보다 결혼할 의향이 적었다.
높은 생활비, 그 중에서도 비싼 주거비용이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전국 25∼39세 남녀 2000명(미혼자 1000명·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주거·교육·의료비와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 주거비 정보를 접한 미혼자 그룹의 결혼의향 비율(43.2%)이 전체 미혼자 평균(47.2%)보다 낮았다.
자녀 지원(양육)에 대한 의무감이 큰 그룹(자녀 혼인 이후까지)의 결혼 의향율(43.7%)은 의무감이 작은 그룹(고교 졸업까지·50.6%)을 밑돌았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 완화, 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및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등을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