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29) 현대 농구단의 탄생

1978년 창단된 현대 남자 농구단의 처음 소속사는 현대조선 철판 공급 스미토모 금속이 '농구단 교류' 제의하자 창단 속도 현대의 '농구팀 창단소식' 삼성에 알려져 선수 확보 뜻밖 차질

2023-10-11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1978년 3월, 현대 남자농구단이 창단됐다. 농구단의 처음 소속은 현대조선(현HD현대중공업)이었다.

74년 완공된 현대조선은 배 만드는 철판의 상당 부분을 일본 스미토모 금속(2012년 신일본제철과 합병)에서 수입해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박태준 회장에게 지시해서 만든 포항제철(현 포스코)은 73년부터 철을 생산했으나 배를 만들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77년 당시 스미토모 금속은 남자농구단을 운영했고, 일본에서 뛰어난 명문 팀이었다. 그 스미토모에서 주요 고객인 현대조선에 "농구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의했다. 그런데 현대조선에는 농구단이 없었다.

현대중공업

"스미토모에서 농구 교류를 하자는데 저희는 농구팀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정 회장은 "그러면 우리도 당장 남자농구단을 만들어"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다운 신속하고도 명쾌한 지시였다. 농구단 만드는 게 쉬운 일일 리가 없다. 그러나 정주영의 스타일을 익히 아는 임직원들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농구단 창단 준비에 들어갔다.

현대조선 유병하 과장이 창단 준비를 맡았다. 유 과장이 살펴 보니 마침 연세대 농구부 졸업반에 신선우·박수교·장봉학·최희암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연세대 출신인 유 과장은 당시 연세대 체육부장이던 '한국 농구의 선구자'이성구 선생을 만났다.

현대가 농구단을 창단한다는 말을 들은 이성구 선생은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정말 좋은 일"이라며 환영했다. "현대 농구단은 내가 다 만들어 주겠다"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이성구 선생과 유 과장은 연대 졸업생들을 모두 현대 창단 선수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현대가 농구단을 창단한다는 소식이 삼성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재계 라이벌인 삼성은 이런 것조차 현대에 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삼성은 현대보다 먼저 농구단을 창단하기 위해 서둘렀다. 계열사인 TBC가 아예 뉴스에서 '삼성전자가 남자농구단을 창단하고, 신선우·박수교 등 연대 졸업생들을 창단 멤버로 영입했다'라고 보도해버렸다. 연대 졸업생을 중심으로 농구단 창단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정 회장에게 보고까지 끝냈던 현대 담당자들은 패닉 상태가 됐다.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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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