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발묶인 '이란돈 60억달러' 풀려
4년만에 석유 결제대금 스위스은행으로 … 구금된 미국인 5명 석방 韓드라마 제재· 수입금지등 이란 반발이 있었으나 양국 관계에 물꼬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맞교환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을 4년 3개월 만에 해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과 이란 양국 간 관계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한국의 은행들이 석유 결제대금 등 동결된 자국 자산에 대한 해제 조치가 개시됐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이란 당국이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미국 국적자 5명(남성 4명, 여성 1명)을 가택연금 상태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9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동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이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됐다고 밝힌 액수는 60억 달러다.
이 자금의 해제를 놓고 한국과 이란이 마찰을 빚으면서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수년간 갈등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왔다.
중동 지역의 대표적 산유국인 이란은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한 원화 계좌로 한국에 대한 석유 판매 대금을 받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 조치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가 2019년 5월 동결됐다.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석유 결제대금 문제는 2021년 시작된 핵합의 복원 협상과 얽히면서 양국 관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란은 동결 자금 문제로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란 외무장관은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란에서의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2021년 1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한국케미호와 선원을 나포했다가 석 달 만에 풀어줬는데 당시 원화 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 합의는 이란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진 시점에 이뤄졌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대외교역 악화와 자국 리알화 가치 하락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 핵합의 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 수준이었던 리알화 환율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자 15배 폭등했다. 이란 정부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동결자금 회수에 노력해왔다.
WSJ은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석방 및 핵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논의가 시작됐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추가 접촉하기 위해 오만을 방문했다고 지난 6월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미국은 지난 6월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서 수입한 전기와 가스에 대한 대금 25억유로(약 3조4590억원)의 지급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