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불황형 흑자 '그림자'
2분기 수출 1.8% 감소에 수입은 4.2% 빠져…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줄어
2분기 한국 경제가 0.6% 성장했다. 1분기 0.3%에 비해 성장률이 높아졌다. 순수출이 증가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 불황형 흑자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자료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했던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2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1% 줄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5%에서 올해 1분기(0.6%) 반등했지만, 두 분기 연속 이어가지 못했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1.9% 줄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각각 토목건설과 운송장비 부진으로 0.3%, 0.2%씩 뒷걸음했다. 이처럼 민간·정부 소비와 설비투자가 모두 줄었는데도 전체 GDP가 0.6% 증가한 것은 순수출(수출-수입) 덕분이었다.
2분기 GDP 성장에 대한 경제주체별 기여도를 보면 민간 기여도가 1.1%인 반면 정부 기여도는 -0.5%였다. 민간 기여도는 2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정부 기여도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 기여도는 -0.6%로 지난해 1분기(-1.3%) 이후 처음으로 기여도가 줄었다. 내수 악화에도 불구하고 순수출 기여도가 1.3%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 기여도는 -0.9%, 수입 기여도가 -2.1%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위축됐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이 늘어난 가운데 석유제품·운수서비스 등이 줄어 1.8% 축소됐다. 수입의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4.2% 감소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1분기 수준(0.0%)에 그쳤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서 환율이나 수출입 단가 영향에 따라 발생한 무역손익을 더해 산출한 금액이다. 교역조건 변화를 고려한 국내 최종 생산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실질 GDI 부진은 교역조건이 그만큼 나빠졌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올 하반기에 큰 폭의 경기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수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21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하반기 이후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완화돼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운 대중국 수출 감소의 상당 부분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 때문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가 이어진 지난해 4∼12월과 비교해 올해 1∼4월 줄어든 대중국 수출을 요인별로 분석한 결과 감소분의 65%는 중국 자체 수요 변화에 따른 '경기적 요인'이지만, 35%는 중국 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된 '경쟁력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