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⑱ 대한체육회장 기습제안

1982년 7월 노태우, 체육부장관 등과 만찬자리서 "전두환 대통령이 임명' 들어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 반복했지만 거부뜻 굽히지 않아 청와대서 대통령 만난 자리서 체육장관이 잠시만 맡아 달라고 하자 '그럼 1년만'

2023-07-19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정주영 회장은 1982년 7월 12일, 제27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발령 난 조상호 회장의 후임이었다.

서울올림픽 유치 추진위원장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했지만, 아직 체육인이라고 부를 단계는 아니었다. 대한체육회장을 맡으면서부터 비로소 '체육인 정주영'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유치위원장도 한마디 상의 없이 정해진 것이었고, 체육 회장 역시 강권으로 떠맡았다.

7월 초, 정 회장은 노태우 장관(무임소), 이원경 체육부 장관, 이영호 체육부 차관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모두 "정 회장, 축하합니다"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정 회장이 "축하라니 무슨 소리냐"라고 묻자 "대통령께서 정 회장을 대한체육회장으로 임명하셨다"라는 뚱딴지같은 대답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단칼에 거절했다."나는 체육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오후 6시에 시작한 저녁 식사 자리가 밤 11시까지 이어졌으나 정 회장은 끝내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에 이원경 장관이 사무실로 찾아오더니 대통령이 부르니 청와대로 함께 가자고 했다. 대통령이 오라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정 회장을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대한체육회장 자리가 너무 낮아서 안 한다는 겁니까?" 정 회장은 대통령 앞이라고 주눅 드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건 대통령께서 제 성격을 잘 몰라 그러시는 겁니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안 합니다. 그래서 건설협회 회장도 끝내 맡지 않았습니다. 체육회장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말들이 전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앞으로 모든 경기 단체장들을 기업체 장들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그러니 전경련 회장 하는 거나 다를 바 없잖습니까." (실제로 이후 레슬링협회장에 삼성 이건희 회장, 복싱연맹 회장에 한화 김승연 회장, 축구협회장에 신동아 최순영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경기 단체장을 맡았다.)

막무가내였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기 싸움에 좌불안석이었던 체육장관이 "우선 잠깐이라도 맡아달라"라고 사정했다. 판단은 신중하게 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행동이 빠른 정 회장이 었다. 더 버틸 상황이 아님을 직감한 정 회장은 "일 년만 맡겠다"며 수락했다. 물론 84년 LA 올림픽이라는 대사 때문에 그의 재임 기간은 2년 3개월로 늘었다.<계속> 

---------------------------------------------------

이코노텔링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