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재무건정성에 먹구름

상의가 국내 1,612개 상장사 성장성, 수익성 등 재무분석 결과 모두 경고등 벌어들인 영업익으로 이자갚는 능력인 '이자보상 배율'도 전년대비 반토막

2023-06-13     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한국기업들의 건강상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국내 1,612개 상장사(대기업 159, 중견기업 774, 중소기업 679개)의 지난해와 직전 몇 년간의 재무상황을 추세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대한상의는 이들 기업의 건강검진을 위해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나눠 재무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이들 4개 부문 모두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확인했다.

기업 경영의 최종 목표인 수익성 지표에 비상등이 켜진 게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분의 1이 줄었지만 이자 비용은 오히려 3분의 1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빚 갚을 능력을 말해주는 소위 이자보상배율은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영업이익이 줄면서 기업의 수익성 지표들이 동반하락한 것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4.5%로 전년 대비 3.2%p 떨어졌다. 매출액 당기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도 3.6%로 전년 대비 3.0%p 내려앉았다.

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무려 31.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급격히 오른 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2년 조사 대상기업의 이자 비용 14.2조 원을 4개 분기별로 나눠 살펴보니 각각 2.6조 원, 2.9조 원, 3.4조 원, 5.2조 원 순으로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금리의 상승추세와 흐름이 유사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능력을 말하는 소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이 전년(10.1배)의 반 토막인 5.1배로 내려앉았다.

성장성 지표는 어떨까. 조사대상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1% 증가하며 2021년에 이어 일단 2년 연속 순 성장을 기록하긴 했다. 다만 성장세가 둔화 양상을 보이는 게 문제다.

자료=대한상의.

지난 2020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성장하던 매출이 2021년 4분기부터 정체 국면을 보이며 매출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증감률은 전년 대비 -34.2%로 크게 후퇴했다. 이는 직전 코로나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22.7%와 60.8%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44.1%, 중견기업 +9.2%, 중소기업 –3.1%로 영향력이 큰 대기업의 낙폭이 컸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후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여건이 매우 좋지 않아 수출 최전선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안정성 지표도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4.8%p 상승하고 자기자본비율이 최근 4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79.9%로 전년 대비 4.8%p 상승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은 전년 대비 4.6%p 오른 77.5%, 중견기업은 6.2%p 상승한 96.2%, 중소기업은 0.4%p 오른 44.5%로 각각 조사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은행대출은 104.6조 원 증가했고 회사채 발행은 5.9조 원 감소했다"며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운전자금 수요는 많이 는 반면 회사채 시장은 얼어붙어 기업의 자금확보 및 부채관리에 어려움을 가중됐다"고 밝혔다.

기업의 총자본에서 부채를 뺀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본)은 전년 대비 1.5%p 떨어진 55.6%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58.2%, 2020년 58.3%, 2021년 57.1%에 이어 더 낮아진 것으로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활동성 지표도 하락했다. 총자산 중 재고자산 비중이 2019년 6.3%, 2020년 5.9%, 2021년 6.7%, 2022년 7.7%로 최근 4년 중 가장 높았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도 10.6회로 2019년 11.2회, 2020년 11.1회, 2021년 11.7회보다 많이 떨어졌다.

재고자산 비중이 높고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을수록 기업 활동은 둔화된다고 풀이한다. 따라서 지난해 한국기업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가 심했던 2020년, 2021년보다 더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영업이익이 크게 줄고 부채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며 "기업 활력 회복과 경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조사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