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아시아나 합병에 '다걸기' 승부수
블룸버그TV와 인터뷰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 배수진 EU와 미국 법무부의 '부정적 기류'에 "좋은 해결책 있어"자신감 해외 공항 운수권 중 상당 부분 반납까지 하는 '초강수'도 점쳐저
취임 5년 차인 조원태(47) 한진그룹 회장이 전보다 훨씬 강한 리더십 행태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조 회장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수송그룹 회장답게 최근 해외에서 가진 외신 인터뷰를 통해 난기류에 휩싸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합병 성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양사 인수합병을 통해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는 지난 5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총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현지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합병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여기(합병)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나는 확고하며 온 힘을 다해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그들(EU,미국 등)은 더 많은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가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EU 경쟁 당국과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바람에 "합병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난기류 만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EU 측은 지난달 "유럽과 한국 간의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합병 반대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EU는 8월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 승인해온 한국 등 14개국 중 EU·미국·일본 3국이 아직도 승인 심사 중에 있다. 이들 국가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합병은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했던 지난 2020년 11월부터 양사 합병을 추진해왔다.
조 회장은 지난달 12일 미 워싱턴DC를 찾아 법무부 담당자들을 만났다. 대한항공은 조만간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을 담은 답변서를 EU 측에 제시하면서 미 법무부 측과도 소통을 계속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조 회장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항공업계는 보유 중인 해외 공항 운수권(슬롯·특정 시간대의 공항 이용권) 중 상당 부분을 반납까지 하는 초강수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인수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던 지난해 신년사에서 두 항공사 합병에 거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2022년은 대한항공에 매우 중요한 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다."
또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는 말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ATW) 시상식에서 '올해의 항공업계 리더십(엑설런스 인 리더십)'을 수상한 여세를 몰아 현지 인터뷰까지 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과 스카이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직무를 잘 수행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2019년 4월 부친 조양호 회장(오너 2세/향년 70세) 타계 직후 한진가 오너 3세로 회장직에 올라 올해로 취임 5년 차를 맞았다. 한진그룹 수장이 된 후 한참 동안 재계는 그의 리더십에 대해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항공업계 미증유의 위기를 화물 운송 확대를 통해 극복하는가 하면 덩치 크고 까다로우며 주목도가 높아 가히 '세계적 M&A(인수합병)'로 불리는 아시아나와의 합병 건까지 과단성 있게 추진하면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점수가 많이 올라가는 분위기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이 국내에 경쟁사 없이 잘 나갔던 시절인 1988년, 5공 정부가 제2 민항 사업권을 당시 재계 20위권인 금호그룹에 내주면서 대한항공은 아시아항공이란 경쟁업체를 졸지에 만나고 말았다. 아마 당시 대한항공의 충격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35년 상당의 시간이 흐른 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를 다시 자신의 품에 안는 합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성공적으로 보이던 합병 작업이 EU·미국의 반대 움직임이란 암초를 만나게 되자 걱정에 휩싸였다.
고인이 된 창업주 조중훈 회장, 2세 조양호 회장에 이은 3세 조원태회장이 보다 강해진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메가 캐리어'의 큰 꿈을 실현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