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해외매출 힘입어 '매출 1조원' 찍어
지난해 국내판매는 4400억원에 그친반면 해외 매출은 6200억원으로 늘어
농심 신라면이 북미시장 매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날이 갈수록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30일 농심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은 지난해 국내 4,400억 원(41.5%), 해외 6,200억 원(58.5%) 등 총 1조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라면 단일 제품으로 1조 매출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는 1986년 신라면 출시 이래 36년 만의 일이며, 출시 이듬해인 1987년 첫 수출길에 오른 지 35년 만의 일이다.
최근 3년 사이 신라면은 국내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서도 해외 매출이 해마다 20% 상당씩 크게 늘며 연 매출 1조 시대를 견인했다.
신라면 국내 매출은 2020년 4,400억 원, 2021년 4,300억 원, 2022년 4,40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에 비해 해외 매출은 2020년 4,200억 원, 2021년 5,000억 원, 2022년 6,200억 원으로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였다.
신라면은 재작년에 해외 판매량이 급속히 늘면서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8.5%로 높아지며 60%에 육박할 정도로 신장세가 컸다.
지난해 신라면의 북미(미국·캐나다법인) 지역 총 매출은 1억800만 달러 상당으로 이는 농심 북미시장 전체 매출의 약 22%에 해당한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1991년 이래 현재까지 33년째 국내 라면시장에서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0년대까지 순한 맛 위주였던 국내 라면시장에 매운맛을 들고나와 승승장구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에서의 신라면 점유율은 16.2%로 부동의 1위였다. 이어서 짜파게티(10.6%·농심), 안성탕면(7.8%·농심), 진라면 매운맛(7.3%·오뚜기), 너구리 얼큰한맛(5.4%·농심) 등이 뒤따랐다.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란 카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라면. 농심 측은 홈페이지 '브랜드 이야기' 난을 통해 신(辛)라면을 "한국인의 매운맛,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라면!!!"이라며 자랑스레 소개하고 있다. 신라면의 디테일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중량 120g, 칼로리 500kcal, 소비기한 6개월, 출시연도 1986년 10월, 하루 평균 판매량 300만 개(국내 라면시장의 약 25% 점유), 해외 100여 개국(일본·미국·홍콩·대만·중국 등)에서 그 독특한, 매콤한 맛으로 사랑받으며 국내보다 훨씬 비싼 가격(2∼4배)에 팔리고 있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신라면이 큰 인기를 끈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기치 아래 수십 년간 추진해 온 농심의 글로벌 공급망 확충 및 마케팅 강화 노력이 약발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중국의 상해공장(1996년), 청도공장(1998년), 심양공장(2000년)에 이어 미국 LA공장(2005년)을 속속 건설했다. 북미 수요 증대에 부응해 지난해 4월엔 미국 제2공장까지 가동해 미국,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 남미 지역까지 넘보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수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도 신라면의 해외 매출 증대엔 호재가 됐다. 소위 '집콕' 생활이 늘면서 세계 곳곳에서 간편 조리식인 신라면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비대면 생활 확산으로 온라인 구매가 증가한 것도 일조했다.
K팝, 한국 영화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점도 호재였다. 특히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속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한국산 신라면을 간접적으로 홍보해 준 덕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