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민간주도 시대 물꼬

KAI와 한화에어로,HD현대중 등 역할분담속 발사에 성공

2023-05-25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실용위성을 실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발사에 성공한 데에는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등 모든 과정에 순수 국내 기술로 참여한 민간기업 300여곳의 땀과 연구개발이 뒷받침했다. 이번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등의 기술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력,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민관 협력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업들은 누리호 프로젝트 주관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력하며 엔진과 발사대 제작, 체계 조립 등의 역할을 맡았다.

KAI는 국내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는 체계 총조립 임무를 맡았다. KAI는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로 구성된 1단 추진체 제작도 맡았다. 4기의 엔진을 연결해 하나로 묶는 일체화 작업 '클러스터링 조립'도 KAI가 수행했다. 발사에서 초기 비행을 책임지는 누리호 1단에는 75t급 액체 로켓엔진 4개가 달려 있다. 이를 묶어 하나의 300t 엔진처럼 작동시키는 클러스터링은 매우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에 체계종합기업 자격으로 처음 참여했다. 그동안 제작에만 참여하다 이번 발사에서는 발사 준비, 발사 임무 통제 등 발사 운용에 함께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하는 임무를 맡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지난해 10월 선정됐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연구원이 보유한 누리호 체계종합 기술 및 발사 운용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전수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위성 제작과 발사 서비스, 위성 서비스, 더 나아가 우주 탐사, 우주 자원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성해 우주산업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고 있다. 누리호에는 1단에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까지 총 6개 엔진이 탑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엔진을 조립·납품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엔진 부품인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함께 엔진 전체의 조립까지 담당하고 있다.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우주발사체 엔진으로 영하 180도의 극저온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3차 발사에서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총괄하는 운용지원 업무를 맡았다.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4년 6개월에 걸쳐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기반 시설 공사부터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대 발사관제설비(EGSE) 등 발사대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이로써 발사대 시스템 공정기술 국산화율을 100%로 끌어올려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구축을 담당했다. 이는 발사체가 발사되는 모든 과정에서 추진 계통의 성능과 연소 성능을 시험하는 장비다. 현대로템은 설비를 개발하기 위해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협력사들과 함께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