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저소득층'엔 대부업체도 '높은 벽'

서민금융연구원 "작년 최대 7만1천명 불법사금융 내몰려"

2023-05-15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지난해 7만1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가 꾸준히 낮아져왔지만, 저신용·저소득층의 제도권 금융 탈락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6~10등급) 5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지난해 12월 19일~올해 1월 31일)해 15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3만9000~7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3만7000~5만6000명) 대비 2000~1만5000명 늘어난 규모다. 이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금액은 6800억~1조2300억원(2021년 6400억~9700억원)으로 추정됐다.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커진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여왔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여있어 조달비용을 감안할 때 대출을 내주어도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서민들이 보는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 대부업 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8~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7.9%포인트(27.9% → 20.0%) 하락한 결과 이자 부담은 1인당 약 62만원 감소했다.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같은 기간 135만3000명 감소했다. 이 중 64만∼73만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1인당 약 1700만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응답자의 77.7%는 불법 사금융업자임을 알면서도 빌렸다고 응답했다. 이용 중인 불법 사금융업자 수가 '1명'이라고 답한 경우는 43.6%, '2명' 26.4%, '3명'이 12.1%로 조사됐다. '6명 이상'도 10.2%(2021년 4.0%)로 크게 늘었다.

불법 사금융 이용 금리는 응답자의 41.3%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연 240% 이상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비율도 33%(2021년 22.2%)로 급증했다.

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7월 최고금리 인하(24.0%→20.0%) 이후 신용대출을 감소 또는 중단하거나 담보대출을 증가 또는 유지한 비율이 각각 66.7%로 집계됐다.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을 줄이는 대신 담보대출로 전환하는 영업 전략을 취한 것이다.

'금융소외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차원에서 생각하는 최고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연 24~27%'를 선택한 응답자가 52.2%를 차지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시중금리가 대폭 상승했지만,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며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 등을 통해 서민 대출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고금리를 고정적으로 묶어두지 않고,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