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언 변호사의 티격태격] ⑧공인중개사 책임도 물어라

전세사기 대책이 국정현안이 됐지만 현행 민사법으로는 구제 쉽지 않아 '쪼개기 방' 임대차 계약 했다면 공인중개사에게 법적 책임 다툴 길 있어 한국공인중개사 협회 공제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손해 배상금' 청구가능

2023-05-11     이지언 이코노텔링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요즘 연일 '전세사기'가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며 국정의 화두로 등장했다. 여론에 민감한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피해자를 구제하려 애쓰지만 거의 모든 경우 대출로 인한 고액의 근저당권이 선순위로 설정되어 있어 현행 민사법으로는 구제가 녹록치 않다.

궁여지책으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맞춤형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인간의 행위에 대해 정부가 혈세를 투입하여 구제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나 불만도 만만찮다.

쪼개기 방이 문제된 사건도 기본적으로 전세사기의 일종이다. 막대한 대출금을 끌어다 건물을 지은 임대인은 임차인을 구해서 신속하게 대출금을 상환하기를 원하고, 1개의 호실에 두 명의 임차인을 입주시킬 수 있다면 거의 2배 가까운 임대차보증금을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임대인들은 이를 위해 '쪼개기 방'을 고안해 냈고 쪼개기 방임을 설명하지 않은 채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쪼개기 방이라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것 자체가 임차인에 대한 기망행위이고 사기인 것이다.

쪼개기 방이 불법이라도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정상적으로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할 수만 있다면 손해가 없다. 그러나 쪼개기방은 대부분 적정 대출 규모를 초과한 임대인들이 건축법상 불법임을 알면서도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 꼼수로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자, 그러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여 발생한 금전적 손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첫째,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 임차인은 임대차목적물의 경매절차에서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에 기해 일정 금액을 근저당권자보다도 우선하여 배당받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당금액은 임대차보증금에 비하면 턱없이 소액이다. 그러면 과연 다른 방법은 없는가.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의성 및 거래의 위험 방지를 목적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만일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쪼개기 방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다행히도 공인중개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임차인에게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중개대상물의 종류·소재지·지번·지목·면적·용도·구조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설명하고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

'쪼개기방'이라면 이미 그 자체로 공인중개사가 위 법을 위반한 것이다. 법리상 공인중개사가 위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하지만 이미 1개의 호실을 둘로 쪼개어 놓은 것이 쪼개기방이므로 공인중개사가 무과실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법원에서도 사안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쪼개기 방의 경우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단지 그 책임의 범위를 40%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요즘 거의 모든 공인중개사가 한국공인중개사 협회 공제보험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도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만약 쪼개기방으로 인한 피해자라면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해 보자. 충분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원래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일부나마 문제가 해결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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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제52회 사법시험(연수원 42기)에 합격했다. 중앙일보 지주회사격인 중앙미디어네크워크 법무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다년간 근무를 했다. 이후 법무법인 고도에서  민ㆍ형사,행정,가사 사건을 맡아 처리하였고 현재는 IBS 법률사무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 하고 있다. 각종 스타트업 등 회사의 법률자문 및 서대문 경찰서 자문, 포항공대 옴부즈만을 맡고 있으며 드라마 '라이브' 제작 자문도 맡았다. 그 외 '궁금한 이야기y'. MBC 뉴스에도 출연해 까다로운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내는 수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