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시대 저무나…이마트, 창사이래 첫 적자

온라인쇼핑몰과 출혈경쟁 여파…트레이더스 제외하고 대부분 경영 부진

2019-08-10     장재열 이코노텔링기자
신세계

대형 마트들이 2분기 사상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매출 4조5810억원, 영업이익 -299억원의 2분기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9일 공시했다. 이마트가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낸 것은 1993년 창사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마트(롯데쇼핑 할인점 부문)도 매출 1조5962억원, 영업이익 -339억원의 2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했다. 베트남 등 해외사업을 제외한 국내 부문만 보면 약 5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 1998년 창사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대형 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비상장회사여서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실적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이다.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과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이마트의 첫 영업이익 적자전환을 전망했는데, 막상 공개된 영업 적자폭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2분기 533억원 흑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년 만에 832억원 뒷걸음쳤다. 이마트는 대형 마트 부문에서 43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화장품 편집 매장 '부츠'와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 전문점 부문에서 188억원 영업적자를 봤다. SSG닷컴과 조선호텔, 굿푸드홀딩스 등 일부 자회사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다만 최근 집중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에선 143억원 영업흑자를 올렸다.

이마트의 영업실적 부진은 온라인쇼핑과의 출혈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고객을 붙잡기 위해 연초부터 '국민가격' 등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PB(자체 상표) 브랜드인 '노브랜드'와 전문점 사업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매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14.8% 늘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은 약화됐다.

이마트 측은 "대형마트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영업적자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계열사 실적을 뺀 개별 실적 기준으로 영업적자는 71억원에 그친다"며 "특히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추가로 낸 보유세만 100억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도 이마트와 비슷하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6%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는 66억원(24%) 늘었다. 롯데마트 측은 "판매관리비 등의 증가로 국내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 이마트는 2012년 3분기에 2261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무렵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이커머스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며 실적은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특히 새벽 배송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형마트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식품의 시장점유율까지 위협받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5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마트는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전문점 중에선 수익성이 좋은 전자전문점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동시에 적자가 나는 '부츠'는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 압도적인 대량 매입 등 유통 방식을 바꿔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도 확보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정리하고, 과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