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흔들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 JP모건에 팔려

예금보호 상한선인 25만달러 이상 예치한 고객들이 앞다퉈 인출 주가 폭락에 '파산'… 당국 나서 은행을 압류해 매각 절차에 돌입

2023-05-01     이코노텔링 장재열기자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에 인수된다. 이로써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갑작스럽게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와 뉴욕 시그너처 은행에 이어 올해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세 번째 미국 주요 은행이 됐다.

로이터통신과 A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부(DFPI)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압류해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DRPI는 이날 새벽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해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JP모건 체이스 은행의 입찰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DFPI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은 FDIC의 예금보험 한도에 따라 보호된다"고 덧붙였다.

FDIC도 성명을 내고 "예금자 보호를 위해 JP모건과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인수 계약을 맺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인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은 3월 말 기준 2330억달러(약 312조4500억원)다. 로이터는 JP모건에 인수되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에는 1730억달러 규모 대출과 300억달러 상당의 주식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하던 SVB가 뱅크런(예금인출 쇄도)에 무너지자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FDIC는 연쇄 파산을 막기 위해 예금 보호와 유동성 지원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위기를 느낀 지역은행의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해 대형 은행으로 옮기면서 불안한 상태가 이어졌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예금보험으로 보호되지 않은 예금이 많고, 저금리 대출에 노출돼 있어 SVB와 시그니처 은행 다음으로 파산 가능성이 가장 큰 은행으로 여겨져 왔다. 예금보호 상한선인 25만달러 이상을 예치해 둔 고객들이 앞다퉈 인출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JP모건 등 미국 11개 대형 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에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1분기에 빠져나간 예금이 1000억달러를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여파로 16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며칠 사이 3.5달러로 곤두박질치면서 다시 위기설에 휩싸였다.

3월 초 12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98% 폭락하자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파산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당국이 개입에 나서 강제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