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미국 SVB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 던져"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서 "인출 속도는 100배 빠를 것"이라며 대비책 강조
2023-04-14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보다 예금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머무는 이창용 총재는 14일(미국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유럽 은행권 혼란과 관련한 질문에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졌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이 총재는 "젊은 층의 디지털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발달했고 예금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이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일 이뤄지는 차액 결제의 담보 비율을 높여야 하고,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을 때 수일 내 예금을 돌려줬지만 이제 수 시간 내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감독 당국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매우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고, 금융통화위원회 입장도 매우 강한(긴축적) 것 같은데, 언제쯤 이런 기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데이터에 달렸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연말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망대로 진행된다고 확신하게 되면 우리 태도 변화를 생각하겠지만, 확신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한 요소로 산유국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SVB 사태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