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70년' 의 두 기둥, 최종건·최종현 어록집 발간
생전 주요 어록 약 250개를 일화와 함께 소개한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
SK그룹(회장 최태원·62)이 오는 8일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고인이 된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대표적 어록을 정리한 책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6일 발간했다.
두 사람은 모두 SK(옛 선경)를 키우면서 한국의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견인한 국내 주요 기업인들로 꼽힌다.
278쪽 분량의 이 어록집은 이들이 생전에 남긴 주요 어록 약 250개를 일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기업 경영을 통해 국가경제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노심초사했던 그들의 뜻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가운데 현재의 SK그룹에까지 그것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향해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최종건 창업회장이 1953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손수 부품을 주워 재조립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립했다.
SK그룹은 이때를 통상 그룹 창업 시기로 본다. 그는 이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한국업체 최초로 수출해 합성섬유 자급과 수출길 확보에 앞장섰다.
그는 당시 기업인들이 대개 그랬듯이 "회사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자신들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또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며 빈곤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격려했다.
하지만 발전과 성장만을 미덕으로 삼던 그 시대에 이미 그는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며 인간의 가치와 구성원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어록집은 전했다.
"기업은 고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끌고 가야 한다."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일하라"는 말을 통해 당시 그가 기업과 임직원, 고객에 대해 각각 어떤 생각을 갖고 임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창업회장인 형의 유지를 이어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9년 서양의 합리적 경영 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그룹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 실행해 한국 재계에 선진 경영기법을 전파하기도 했다.
"기업 경영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점은 인간 위주의 경영이며, 이를 위해 사람을 사람답게 다룬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사람을 믿고 기르는 것이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는 어록을 통해 그는 "사람이 곧 기업"임을 설파하기도 했다. (1980년 전경련 강연)
이런 철학에 따라 최종현 회장은 국내 최초의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을 설립했다. 회장 결재란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 등 임직원 교육과 자율성 보장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1980.12.23 인수)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1994년 인수) 인수했을 때는 "임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경영에 보탬을 얻고자 하지는 않는다"며 임직원 전원을 고용 승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제 우리는 SK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그룹 이름을 바꾼 것은 단순히 이름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세계 일류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가 1998년 1월 5일 신 CI 선포식에서 한 말이다.
25년이 지난 현재 SK는 그의 포부대로 통신, 에너지, 반도체 등을 아우르며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가운데 세계 일류기업 반열에도 올라 있다.
이들 두 회장의 경영철학은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한국 재계의 간판 역할을 맡고 있는 2세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다. 그는 SK를 넘어서서 한국 재계의 중추적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추대됐을 때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과 글로벌 경제협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어록집은 비매품이며 대학·국공립도서관과 SK 홈페이지에서도 열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