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35 (금)
[김성희의 역사갈피] 프랑스혁명 정부의 '독신 탄압'
[김성희의 역사갈피] 프랑스혁명 정부의 '독신 탄압'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3.0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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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반대 주변 군주국과 싸우고 국내 폭동이 잦아 '손'이 절실해 독신자를 '사회악' 취급
자녀 셋 이상 둔 아버지에게는 감세혜택 주고 독신자들에게는 주택 임대료 절반 더 받아
미혼이거나 홀아비 또는 자식이 없는 남성은 영구 징집…저출생관련 '사회적 고민' 절실
요즘 젊은이들이 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지 혹은 포기하는지 사회적 고민과 국가적 대책이 절실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1인 가구의 41%만이 결혼 희망" "합계출산율 0.78명 세계 꼴찌"

최근 언론을 장식한 인구 감소 관련 뉴스 중 하나다. 일각에선 국가 소멸론까지 거론될 정도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를 뒤져보면 이런 비명은 새로운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 혁명기에 구체적으로 도입됐던 '독신세'. 『독신의 수난사』(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이마고)에는 이에 관해 꽤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렸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기에는 로베스피에르나 생 쥐스트 같은 저명한 독신자들이 지도자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인구 문제는 시급한 문제였다. 1792년 프랑스는 혁명을 반대하는 주변 군주국가들과 교전 중이었고, 국내에선 폭동이 일어나 혼란이 가중되면서 혁명 지도부로선 '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니 독신자들이 '사회악' 취급을 받을 수밖에. 물론 가톨릭 성직자들이 독신자의 95%를 차지했고, 단두대에 희생되는 젊은이들도 많았지만 정부는 독신 그리고 신생아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1791년 도입된 부동산세의 경우 자녀를 셋 이상 둔 아버지는 자기 등급보다 세 단계 아래로 분류해 감세 혜택을 주었다. 반면 독신자들은 기혼자에 비해 주택 임대료를 절반가량 더 내야 했다. 뿐만 아니다. 1795년엔 사치세를 도입했는데 "30세 이상의 남녀 독신자들은 개인세와 사치세 외에 4분의 1을 더 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재산 지원금의 경우 독신자는 같은 등급의 기혼자가 받는 원조금의 절반만 받도록 했다.

독신자들을 압박한 것은 세금 차별만이 아니었다. 미래에 군인이 될 아이들의 '아버지'는 전쟁에 동원돼도 후방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미혼이거나 홀아비 또는 자식이 없는 남성"은 영구 징집대상이 되었다. 1798년 당시 프랑스의 징집대상 가운데 미혼인 남자는 145만 명이었다는데 이 중에서 매년 필요할 때마다 복무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로 전선으로 뽑혀 나갔다. 그러니 징집을 피하기 위해 결혼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바람에 전멸된 부대를 다시 충원할 때가 되자 기혼자의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는 법이 폐지되기는 했다.

이런 제도는 독신 배척이라기보다 출산 장려에 가까웠으니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미혼모에겐 국가가 지원했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혁명 정부는 미혼모 지원 이유를 "풍습의 쇄신과 덕의 파급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아이를 보살피는 신성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를 세금 등 경제적 대책만으로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지 혹은 포기하는지 사회적 고민과 국가적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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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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