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살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청운동 자택을 ‘정주영 기념관’ 또는 현대가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청운동 주택과 토지를 증여했다. 1962년 7월에 지어진 이 주택은 건물 면적이 지상 1층 169.95m², 2층 147.54m² 규모로 공시지가로는 약 33억원 정도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은 2001년 청운동 집을 상속받았다.
청운동 자택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2000년 3월까지 38년 동안 기거한 곳으로 현대가의 상징적인 장소다. 재계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청운동 자택의 소유자가 된 것은 현대가의 역사와 가문을 이어받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 수석부회장에게로 증여가 확정된 시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등기부등본 상 소유권 이전이 확정된 3월 19일은 올해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3일 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3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시대’를 선언할 무렵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가를 상징하는 창업주의 자택을 승계한 것이다. 청운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줄곧 살면서 현대그룹을 일궈낸 상징적인 장소다. 매일 새벽 주변에 사는 가족들을 이곳으로 불러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계동 현대그룹 사옥으로 출근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은 함께 먹는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다.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에게 청운동 자택을 물려준 정 명예회장은 인근 종로구 가회동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가회동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청운동으로 돌아와 생활했다. 그만큼 청운동 자택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정이 깊었다.정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가족들은 빈소를 병원이 아닌 청운동 자택에 마련했다. 정 명예회장의 제사는 2015년까지 매년 3월 20일 청운동 자택에서 지내왔다. 2016년부터는 장남인 정몽구 회장이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제사를 지낸다.
정 명예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을 각별히 아껴 어릴 때 청운동 자택에서 살게 했다고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5년 결혼한 뒤에도 청운동 자택에서 정 명예회장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곤 했다. 정몽구 회장 부자는 모두 한남동에 터를 잡았고, 청운동 집은 현재 관리인이 지키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청운동 집 소유권이 이전된 것일 뿐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정해지진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