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35 (금)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⑨ '경영학 박사' 태종 이방원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⑨ '경영학 박사' 태종 이방원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3.01.1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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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한의 권력 화신으로 역사에 비쳤지만 몸소 '경영학의 전범' 실천
무인기질 뿐 아니라 인문학 소양갖춰 '부하 인사평가의 중요성' 설파
직제 개편해 현장목소리 중시 … 장남 양녕대군 세자 자리 폐위 결단
물러 날 시기를 알고 양위 … 태종의 행적서 '조직 관리 모델' 엿보여
태종은 뛰어난 자질을 바탕으로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거시적 시각뿐 아니라, 세세한 사항도 챙긴 팔방미인형 리더였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요즘 사람들에게 '태종 이방원'은 어떤 이미지일까? 아마 대다수가 고려 충신 정몽주를 죽이고 1차, 2차 왕자의 난까지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냉혈한의 이미지나 왕권 확립을 구실로 처남 4명과 심지어 사돈(세종대왕의 장인)까지 제거한 마키아벨리스트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주로 드라마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이런 이미지와 달리 태종은 오늘날 회사 경영적 측면에서 본다면 참고할 점이 많은 임금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째, 태종은 조선시대 임금 중 유일하게 과거(오늘날 고시)에 합격한 임금이었다. 특히 비교적 자주 실시되었던 조선시대 과거(경쟁률 8000:1)보다 어려웠던 고려시대 과거에 합격했다는 사실은 태종이 무인적 기질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임금임을 말해준다. 현대 리더쉽 이론에서 말하는'자질론'의 대표적 상징이라 하겠다.

둘째,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회사에서 직원 인사평가를 하듯 평가제도를 운영했는데, 여기에 관심을 보인 거의 유일한 임금이었다. 현대 회사들이 조직관리의 핵심으로 운영하는 인사평가의 중요성을 태종은 이미 6백 년 전에 이를 알고 실천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기록을 보면, 태종은

"관찰사(오늘날 도지사)가 부하들을 평가할 때 자기에게 아부하는 자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하니 뜯어고쳐라(태종9년)", "평소 부하들의 실적을 기록하지 않고 평가시기에 임박해서 대충 상,중,하 등급을 준다 하니 당장 시정하라(태종16년)","능력이나 실적이 부족한 관리들은 평가시기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인사조치하라(태종5년)" 라고 했는데 이는 지금의 회사 경영자도 귀담아들어야 할 말들이다.

셋째,'의정부서사제'를 폐하고 '6조직계제'를 도입했다. 이를 권력적 관점에서만 보고 '왕의 권한을 강화했다'라고 보는 게 주류적 해석이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장을 아는 행정기관(6조)으로부터 직접보고를 받아 실상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 이야기하는'현장경영'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겠다.

넷째, 세자였던 양녕대군을 폐한 과감한 결단력이다. 물론 세자가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해도 '적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이미 세자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장남을 폐위한다는 것은 아버지인 자신의 체면은 물론 왕실 전체의 위신까지 떨어뜨리는 일인데도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세자를 3남인 충녕대군으로 교체한 것이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간부 자리에 올려놓은 후 쉽사리 교체를 못해 성과는 성과대로 떨어지고 직원들마저 동요하는 일을 겪고 있는 회사라면 이런 태종의 결단력을 참고할 만하다.

다섯째, 물러날 때를 알았다. 태종은 세자를 교체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전격적으로 왕위를 충녕대군(세종대왕)에게 물려주고 세종의 후원자, 권력 감시자가 됐다. 왕위를 넘겨줄 당시 태종은 권력을 틀어쥐고 있었고 건강에도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역사학자들은 태종이 이렇게 갑자기 스스로 물러난 것에 대해 상왕으로서 권력을 행사하려고 했다고 해석하나 조선시대 다른 임금들이 죽거나 쫓겨나야 임금 자리를 넘긴 것을 생각하면 아들인 세종이 왕으로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권력의 최정상인 시점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태종은 뛰어난 자질을 바탕으로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거시적 시각뿐 아니라, 세세한 사항도 챙긴 팔방미인형 리더였다. 외국 경영학 이론에서 적당한 조직관리의 모델을 아직 찾지 못한 경영자라면 멀리 갈 것 없이 태종의 행적을 참고할 만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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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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