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분실 사연 올리자 사흘만에 특급공수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 회사 임원이 휴대전화를 해외에서 분실해 발을 구르다가 극적으로 되찾았다. 해외공장 관리와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유병렬(60)전무는 6월 중순 중국 상하이 출장 길에 올랐다. 엿새 동안 바이어와 상담을 벌인 뒤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 홍차이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호주머니속에 손을 넣으니 언제나 있어야 할 그 자리에 휴대전화 촉감이 없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출국수속을 다 끝낸 직후라 “틀렸다”고 마음을 먹고 도리없이 입국해야 했다. 2시간여의 비행시간 내내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바이어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해외공장 주소 등 연락 네트워크를 어떻게 복구할지 걱정이 비행시간 내내 유 전무의 가슴을 짓눌렀다. 문제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된 내용이다. 해외 바이어와 상담 내용이 다 들어 있었다. 납기와 수출물량은 물론 아웃도어 브랜드의 규격과 색상 등을 적은 메모여서 자칫하면 비즈니스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했다.
급한대로 귀국하자마자 새 휴대전화를 하나 더 구입해 책상 서랍에 넣어둔 명함과 수출계약 서류 등을 뒤져 일부 복구했다. 그리고 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한항공 홈페이지의 질의응답(Q&A)난에 자신의 사정을 올렸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탄 만큼 대한항공의 중국 네트워크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홍차이공항 라운지나 아니면 화장실등에서 분실했을 지도 모른다는 요지의 메모를 올렸다. 물론 휴대전화 기종과 디자인, 그리고 휴대전화 커버에 있는 자신의 명함 등 분실 휴대전화의 ‘인상착의’를 비교적 소상하게 올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인터넷에 올린지 하룻만인 6월24일 대한항공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공항안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측은 “여권 사본과 비행기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신분확인을 위한 절차 였다. 종이 비행기 탑승표는 이미 버린후여서 ‘항공권 구입’기록을 인쇄해 보내줬다. 대한항공은 주인을 확인하자마자 상하이발 한국행 비행기편에 실어 ‘분실 휴대폰’의 공수에 들어갔고 28일 유 전무의 품에 안겼다. 유 전무는 “고운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싸여 있어 마치 '생일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며 “대한항공의 서비스정신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휴대전화 분실사건은 일주일만에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유 전무는 일년에 3분의 1은 해외출장 길에 오른다. 자연히 휴대전화가 그의 길잡이이자 비즈니스 도우미이다. 왜 출장빈도가 그렇게 잦냐고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유 전무는 ‘섬유제조업 기반이 약해져서 해외로 가는 날이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즉 예전엔 섬유 바이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이곳 저곳의 생산현장도 점검하고 돌아갔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하는 수없이 바이어가 오라는 곳으로 날아가서 만난다고 한다. 즉 섬유 해외생산기지가 중국,베트남,미얀마 등지로 옮겨간 만큼 바이어들은 한국을 찾지 않고 상하이나 홍콩에 머물면서 생산공급자(서플라이어)를 불러 모은다는 설명이다. 어쨋거나 유 전무는 "휴대전화를 찾은 뒤 한시름 놓고 비즈니스 일상으로 돌아가게됐다“며” 머지 않아 상하이에 또 출장가는데 그 때 현지 대한항공직원들에게 커피라도 한 잔 사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