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여섯 차례 연속(4·5·7·8·10·11월) 기준금리 인상은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5%대 물가상승률과 1%포인트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격차 때문에 통화긴축 기조는 유지하지만, 원/달러 환율 안정 추세와 자금시장 경색, 경기침체 등을 감안할 때 10월에 이어 계속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경기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포인트 인상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금리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은 것은 물가 오름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7월(6.3%)에 6%대를 기록한 뒤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다시 높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인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금리격차도 작용했다.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 하락 위험도 커진다.
24일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최소 빅 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된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3.50∼3.75%로 예상한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크게 낮춰 잡았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3.7%에서 3.6%로 소폭 내렸다. 하지만 3%대 물가상승률은 올해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4.7%) 이후 가장 높고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