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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홍성대의 '한국의 이튼스쿨' 꿈 깨지나
'수학의 정석' 홍성대의 '한국의 이튼스쿨' 꿈 깨지나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6.24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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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의 재지정 심사서 탈락… "인세 모아 세운 학교"에 벌써 동정여론 거세

자사교 퇴출 위기에 몰린 전북 전주 상산고의 설립자는 5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수학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82) 이사장이다. 그는 이리 남성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했고 가정형편 탓에 일찌감치 ’과외‘의 길로 들어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생 신분으로 학원 강사로 뛰며 학비를 벌었다. 그 때 그가 학원에서 프린트물로 나눠주며 강의한 자료를 묶어 내놓은 책이 바로 ’수학의 정석‘이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정부가 벽돌 한장 사주지 않고선 (학교를)호주머니 물건 취급하고 있다"며 자사고 재지정 탈락에 반발하고 있다. 그는 공전의 베스트 셀러인 '수학의 정석' 저자로 이책에서 번 인세 등을 모아 상산고를 설립했고 '한국의 이튼 스쿨'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필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1966년 8월에 나온 이 책은 나오자마자 전국 고등학교는 물론 학원가의 ’수학 바이블‘로 떠 올랐다. 특히 80년 5공 신군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외를 금지시키자 이 참고서는 날개 돋힌듯 더 팔렸다. 아직 대학 본고사가 있던 그 시절에 난이도 높은 수학문제를 하나를 더 풀고 덜 푸느냐에 따라 주요 대학 커트라인이 좌우되는 시절이라 ’수학의 정석‘을 떼는 것은 기본이었다. 지금까지 5천만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학원의 스타 수학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홍 이사장은 이 책 한권으로 돈 방석이 앉았다. 매년 들어오는 인세를 모아뒀다가 500억원가량을 투자해 학교를 설립했다. 그 학교가 바로 상산고이다. 홍성대 이사장은 1981년 자신의 고향(정읍 태인)에 학교를 세웠다. ‘상산’은 고향 근처의 상두산(象頭山)에서 따온 자신의 아호라고 한다. 상산고는 2002년 지금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2010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홍 이사장은 상산고를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 스쿨’의 한국 버전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설립 후 매년 20억원 안팎의 돈을 출연해 전국의 명문고로 키웠다. 올해에도 수십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는 등 지역 명문을 떠나 전국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

홍성대 이사장은 지난 20일 전북교육청으로 부터 자사고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부가 벽돌 한장 사주지도 않았는데 호주머니속 물건 취급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사립고는 설립자가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맛에 학교 운영을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며 교육부를 원망했다.

상산고의 탈락은 지역은 물론 중앙 정치무대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김대중대통령은 홍 이사장을 불러 격려했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지역민심과 동 떨어진 결정이라며 ‘정부(교육부)가 동의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젠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1980~1990년대 초반 고교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수학의 정석▲한샘국어 시리즈(서한샘 저) ▲'성문기본영어’, ‘성문종합영어’ 등 ‘성문영어’ 시리즈(송성문 저)를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참고서는 ‘국영수’가 대학입학의 관건이던 당시의 ‘대입 길잡이'이었다. 이 책들의 저자들은 한결같이 스타 학원강사로 출발해 교육계와 인연을 맺었고 출판사업 등을 병행했다. 홍 이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고등학교를 세웠다. 그가 필생의 꿈을 펼쳐 보이던 상산고의 탈락 소식은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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