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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독신에 대한 '징벌'의 역사
[김성희의 역사갈피] 독신에 대한 '징벌'의 역사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10.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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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고령화 사회가 급속 진전되면서 '인구 위기론'도 확산
어느 시대나 국력 키우기 위해 출산 장려해 독신들은 '눈엣가시'
프랑스혁명 후 독신에 대해선 세금 더 물리고 징집 우선 동원령
1791년 프랑스 혁명정부는 모든 주민에게 1년에 한 번씩 부과되는 동산세를 마련했는데 여기에 독신자를 차별하는 조세정책을 취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인구 위기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이미 지방 몇몇 군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에 대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지경이다. 한데 크게 보면 인구 위기론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거니와 21세기에 들어 새삼 문제화된 것도 아니다.

머릿수가 곧 국력의 중요 지표이던 시절, 어느 나라 어떤 왕조든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한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물론 결혼과 출산의 장려겠지만 그 반작용으로 독신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다 못해 죄악시하기도 했다. 그 배경과 내용을 정리한 『독신의 수난사』(장 클로드 블로뉴 지음, 이마고)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렸다.

1789년 시민들의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촉발된 프랑스 혁명은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것을 바꾼, 말 그대로 '혁명'이었다. 그러나 루이 16세 처형 등 과격으로 치달으면서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 오스트리아 등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당연히 '남자'들이 필요했던 혁명정부는 사회의 해로운 존재로 낙인찍은 독신에 주목했다. 1791년 혁명정부는 모든 주민에게 1년에 한 번씩 부과되는 동산세를 마련했는데 여기에 독신자를 차별하는 조세정책을 취했다.

과세 기준은 주택 임대료였는데 자녀를 셋 이상 둔 아버지는 자기 등급보다 세 단계 밑으로 분류된 반면 독신자들은 본래 등급보다 하나 더 윗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독신자들은 임대료가 소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 다행히(?) 여자와 홀아비는 여기서 제외되었다.

이뿐 아니었다. 1795년엔 매년 5리브르를 내는 사치세를 도입했는데 "30세 이상 되는 미혼" 남녀에게는 4분의 1이 더 가산되었다. 그러면서도 화재 등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받는 지원금의 경우 독신자는 "같은 등급으로 분류된 기혼자가 받는 금액의 절반만 받았다."

이것은 그나마 금전적 '징벌'이었다. 프랑스는 잇단 전쟁을 치르느라 수차례 특별징집을 시행했는데 독신자를 겨냥한 우선 동원령이 발동되었던 반면 미래의 군인이 될 아이들의 아버지는 후방에 우선 배치되었다. 적어도 이 당시 프랑스 남자들에게는 결혼 여부가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였던 셈이다.

그러나 앞날이 불투명하고 불안했던 혁명의 시대, 이런 정책이 제대로 먹힐 리 없었다. 로베스피에르 등 혁명 지도자조차 독신이 적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21세기 한국도 비혼과 만혼, 저출산을 한탄만 하거나 탁상공론식 정책만 내세울 게 아니다. 주택과 탁아시설 등 결혼과 자녀 양육을 위한 제대로 된 환경을 마련해줄 실효성 있는 정책이 급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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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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