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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포퓰리즘 정치인'과 암살
[김성희의 역사갈피] '포퓰리즘 정치인'과 암살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07.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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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2004년 298건의 정치적 암살이 시도돼 … '역사의 물결' 바꾸기도
최연소 미국 루이지애나 주지사 암살은 가장 논쟁적인 정치적 도마에 올라
대기업서 돈 뜯어 가정에 돈 뿌리고 자신의 신문사에 광고해야 일감 주기도
암살은 정치적 저항의 한 수단으로 시도되는 만큼 성공한 경우 역사의 물길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미국 루이지애나 주 청사)/이코노텔링그래픽팀.

아베 신타로 전 일본 총리의 암살 소식을 접하고 『암살의 역사』(스티븐 파리시언 지음, 메이히스토리)란 책을 뒤적여봤다. 영국 역사가가 쓴 책인데, "1950년 이래 거의 3년마다 두 건씩의 국가적인 지도자 암살 사건이 발생"해서 1875년과 2004년 사이에 298건의 정치적 암살이 시도되었다는 대목이 일단 눈길을 끌었다.

암살은 정치적 저항의 한 수단으로 시도되는 만큼 성공한 경우 역사의 물길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데 세계사적 파장을 일으킨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 다뤄진 사건 중 휴이 피어스 롱 주니어란 미국 루이지애나 주지사의 암살 사건이 흥미로웠다.

휴이 롱은 1928년 서른여섯의 나이로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됐다. 일찍이 변호사로 산재보험 관련 사건 등 힘없는 원고들을 대변하여 대기업과 맞서 싸우며 착실히 표밭을 닦은 끝에 재도전에서 성공한 것이었다.

그의 선거전략은 빈곤층과 시골사람들이 부패한 정치인들에 갖고 있던 적개심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으로 선거구호는 '모두 사람이 왕'이었다. 이렇게 승리한 뒤 휴이 롱은 보통사람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한 대규모 공공 토목공사를 벌이는 한편 유토피아적인 '재산을 나누자'운동을 계획하기도 했다. 대기업에 중세를 부과하여 마련한 자금으로 각 가정에 5천 달러의 지원금을 주고, 초등교육과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하며, 주 30시간 근무제를 확립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자기가 추진하는 법률안을 주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호통, 협박, 매수 및 공갈도 불사했는데 석유회사에 부과하는 '영업허가세' 문제로 1929년엔 주 하원에서 탄핵이 가결되기도 했다. 주로 돈이나 직위를 미끼로 주 상원에서 탄핵을 무산시킨 뒤에는 신문광고에 '거짓말세'를 부과하는가 하면 자신의 신문사를 설립하는 등 유권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을 썼다. 한편 자기가 임명한 공직자들의 월급에서 정치자금을 뗐고, 자기 신문에 광고를 실어야 공공사업 계약을 주기도 했다.

지금도 루이지애나주에 남아있는 그의 치적, 민중주의적 정책의 결실과 더불어 독재와 부패가 뒤얽혀 미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인 휴이 롱은 1935년 주 의회 의사당에서 정적인 헨리 파비 연방판사의 사위 칼 웨이스에 총격을 당해 사망한다. 웨이스는 휴이 롱의 경호원들에 의해 사살됐지만 휴이 롱 또한 경호원들의 과잉반응에 의해 총상을 입어 사망했다는 설이 줄곧 제기되었다. 1991년 휴이 롱 시신을 재검시했을 정도로.

문제적 정치인의 문제적 암살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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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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