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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5) 대공황과 히틀러 '위대한 독재자' ⑰존 레논이 꿈꾼 세상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5) 대공황과 히틀러 '위대한 독재자' ⑰존 레논이 꿈꾼 세상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2.07.1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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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곡 '이매진'가사 중 '나라가 없는 세상'은 '반전(反戰)ㆍ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져
정부ㆍ중앙은행의 화폐 발행ㆍ관리권 시민에 되돌려준다는 '비트코인 철학'과 유사
노래의 '실제 지은이' 존 레논의 처, 일본 금융가의 딸로 나라의 상징인 '땅'에 투자해

화폐의 발행ㆍ관리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다. 민간은행이 하든 중앙은행이 하든 정부가 하든 하다 보면 늘 돈을 더 찍게 된다. 누구는 돈에 대한 인간의 탐심 때문이라 하고 누구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한계라 말한다. 21세기 들어 이에 대한 심각한 반란이 시작됐다. 화폐발행과 관리권을 사용자에게! 바야흐로 비트코인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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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렵지 않아요. 살인의 명분, 희생의 대상이었잖아요. 종교도 없답니다. 상상해 보세요.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걸요. 저를 몽상가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에요.

존 레논(John Lenon)이 부른 노래 '이매진(Imagine)'의 노랫말 한 대목이다. 1971년 발표해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의 대표곡이다. 그는 이 노래에서 "'나라'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럼 살인도 희생도 종교도 없을 것이며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 것"이라 말한다. 또 "지금은 내가 몽상가처럼 보이겠지만 당신도 참여해 보라"고 한다. "그럼 세상은 하나가 될 것"이란다.

■ '이매진'='공산당 선언' 찬양가?

이 노래를 비트코인(Bitcoin)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랬다. 수 년 전 비트코인을 연구하며 바로 이 노래, 이 대목이 떠올랐다. 비트코인이야말로 '나라'라는 것이 없는 세상을 상상 또는 희구(希求)하며 만들어진 화폐가 아닌가.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표한 논문을 보라. 화폐 발행ㆍ관리자가 늘 '화폐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여지없이 깨버렸다고 항변한다.

1971년 발매된 존 레논의 ‘이매진’ 수록 앨범.
1971년 발매된 존 레논의 '이매진' 수록 앨범.

레논의 이 노래 '이매진'은 '반전(反戰)ㆍ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세계 주요 행사에서 자주 들린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폐막곡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개막곡으로 선정돼 올림픽의 '평화정신'을 세계에 알렸다. 2001년 9ㆍ11테러 현장에서도 이 노래가 울려 퍼졌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을 배경으로도 이 곡이 흘러나오며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미국 대통령은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고 가끔은 세계평화나 기아퇴치 등을 기리며 교회에서도 이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모두가 속거나 속아주고 있다. '이매진'은 '반전ㆍ평화'의 노래가 아니다. 무신론, 유물론, 사유재산타파, 계급혁명 등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을 설파한다. 종교가 없고, 천국도 지옥도 사유재산도 없는 세상은 마르크스의 '천년왕국'을 꼭 빼닮았다. 이 곡은 레논이 한 해 전 발표한 '신(God)'과도 직접 연결돼 있다. 무신론을 노골적으로 설파한 이 곡에서 그는 "신은 관념일 뿐 나는 성경도 예수도 부처도 믿지 않는다"며 "믿는 건 오직 나와 요코 뿐"이라 노래한다.

결론적으로 '이매진'은 1848년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쓴 『공산당선언』의 '찬양가'라 할 수 있다.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는 말은 특히 그렇다. 나라가 없다? '애국'은 사라지고 '계급'만 남는다. 그러니 "애국심을 버리고 계급의식을 고취하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이는 『공산당선언』의 마지막 문장을 떠오르게 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바로 이 말인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레닌은 '계급'보다 '애국'을 좇는 노동자에 실망감을 드러냈고 스탈린에 이르러 아예 '공산주의 세계혁명'은 포기하기에 이른다.

지나친 해석 아니냐고? 아니다. 레논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2001년 9월 11일자 미국의 음악 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에 실린 기사 '이매진: 2001년의 찬가(Imagine: The Anthem of 2001)'를 보라. 기사에는 "레논 그 자신은 '이매진'을 가리켜 실질적인 '공산당 선언'이라고 묘사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기사에는 미국의 4인조 랩 메탈 그룹 RATM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Tom Morello)의 말도 있다. "만일 사람들이 존 레논이 그 노래에서 표현한 정서를 정말로 믿었더라면, 우리는 오래 전에 이 나라에서 혁명을 일으켰을 것이다."

■ 비트코인의 '슈가코팅'

그런 이 노래가 어떻게 '반전ㆍ평화의 대명사'가 된 것일까? 앞에서 인용한 『롤링스톤』 기사에 따르면 레논은 이 노래가 (비록 공산주의 찬양가이기는 해도) "대중에게 먹힐 것"으로 봤다. 레논은 그 이유를 "슈가코팅(Sugar Coating) 때문"이라 말했다고 한다. '내 귀에 캔디'가 돼 주는 "달콤한 멜로디 때문"이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발매 직후 이 노래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시기였음에도, 빌보드 100에 3위로 랭크됐다. 그가 말한 '슈가코팅'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탈(脫)중앙'을 외친 비트코인 또한 지향점을 공산주의에 두고 있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정부ㆍ중앙은행의 화폐발행ㆍ관리권을 시민에게 되돌려주라"는 취지니만큼 비트코인의 철학은 좌우 어떤 이데올로기와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모든 현실 이데올로기에 반대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현실 이데올로기는 '중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 공산주의에 물든 나라들은 더 심하다.

‘비트코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닉 재보.
'비트코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닉 재보.

'탈중앙'을 기치로 출범한 비트코인. 과연 미래의 화폐가 될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첫째, 비트코인은 스스로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비트골드(Bit Gold)라는 게 있다. 1998년 컴퓨터 공학자 닉 재보(Nick Szabo)가 개발했던 비트코인의 전신(前身)이다. '비트골드'의 '골드'처럼 비트코인도 '골드'를 흉내 냈다. '채굴'이라는 단어를 쓰고 '희소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골드' 즉 '금'과 대등한 가치를 인정받으려 시도한다. 하지만 '금'과 '비트코인'은 근원이 다르다. '금'은 산업용으로 쓸 수 있다. '사용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인간의 과시욕을 충족시켜줄 사치품으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반면 비트코인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둘째, 탈(脫)중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레논의 노랫말처럼 '나라 없는 세상' '종교 없는 세상' '사유재산 없는 세상'은 그냥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중앙'은 '권력'을 갖고 있다. 권력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다. 이 권력자에게 권력의 원천인 화폐발행 및 관리권을 빼앗는다? 불가능한 일이다. 비트코인이 '선'을 넘는 순간 '중앙'의 가혹한 폭력이 가해질 게 분명하다. 어쩌면 비트코인의 위세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비트코인'과 '이매진'의 유사성은 그 운영원리에서 찾아진다. '이매진'을 보자. 이 '공산주의 찬양가(A)'는 어떻게 '반전ㆍ평화의 상징(B)'이 됐을까? 여기에는 '슈가코팅'의 방법론으로 A를 B로 '프레이밍(Framing)'해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C)'이 있기 때문 아닐까? 레논의 '공산주의 찬양가' '이매진'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비트코인도 그렇지 않을까? '권력' 앞에서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A)'을 마치 세계경제를 구할 것 같은 '구세주(B)'로 슈가코팅해 '이익을 얻는 집단(C)'이 있는 것은 아닐까? 비트코인 등장 이후 수 백 종의 코인이 난무하는 시대다. 실체가 없는 것을 이상한 알고리즘, 기이한 수식으로 포장해 '이익을 얻는 집단'을 의심해 봐야 한다. 코인에 잘못 투자해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 않나.

존 레논과 오노 요코.사진=존레논 페이스북.
존 레논과 오노 요코.사진=존레논 페이스북.

레논은 1981년 12월 8일 그의 열혈 팬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Mark David Chapman)에 피살된다. 그는 살해 이유에 대해 "대중에게는 사유재산 없는 세상을 그리라 하며 본인은 수백만 달러짜리 아파트에 살며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등 위선이 싫었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로써 레논은 노랫말을 잘못 쓰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의 사후 오노 요코(Ono Yoko)도 링고스타도 인터뷰에서 흐느껴 울며 이렇게 말했다. "상상만 하라는 것이었는데."

'이매진'의 실질적인 작사가로 알려진 그의 처 오노 요코. 그는 일본 금융가의 딸로 뉴욕의 부동산 거부로 살고 있다. 그는 '나라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할뿐 투자는 나라의 상징인 '땅'에 한 것이다. 탈중앙을 외치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재고, 삼고할 만하다. 화폐의 발행과 관리의 권한은 총구에서 나온다. 화폐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국가만한 게 없다. 1930년대 독일의 중앙은행 총재 샤흐트는 일찌감치 이 '진리'를 깨달았고 이를 통해 히틀러에게 국가재건과 군비증강의 자금을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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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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