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제일' 강조한 창업주의 얼 서린 삼성인력개발원서 8시간여 마라톤 토론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이틀만인 20일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사장들이 긴급 회동했다.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은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 사장 주재로 전자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은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전자제품(IT) 수요 감소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동시에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개발과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 제고, 재정건전성 확보 등 대책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돌아온 18일 공항에서 기술 중시, 우수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한종희 부회장이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긴급 소집했다. 회의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 무렵까지 8시간 넘게 진행됐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회의에서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판단을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것은 오판과 다를 바 없는 만큼 기민하게 움직이고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 리더십과 우수 인재 확보를 강조한 이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려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인력개발원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인재제일'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1982년 설립한 곳으로 '삼성 인재 양성의 메카'로 불린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11박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하며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기술'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와 독일·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등 5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에선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났다. 벨기에 루벤에선 유럽 최대 종합 반도체 연구소 IMEC를 찾아 인공지능(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첨단 분야의 연구 현장을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