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격의 직접 인상보다 손님들 받아 들여
미국 일부 식당에서 음식 값은 올리지 않으면서 '임시 인플레이션 수수료' '건강관리 수수료' '주방 감사 수수료' 등 명목으로 2~5달러씩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간) 일부 식당들이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새로운 수수료를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 소재 마카로니 식당의 경우 '임시 인플레이션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2달러씩 받고 있다. 이 식당은 수수료와 관련해 홈페이지를 통해 "거시경제적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일시적인 2달러 수수료를 추가합니다"라고 밝혔다.
WSJ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식당 체인 '록 엘름 태번'은 고객들에게 '건강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음식값의 3%를 부과하고 있다. 식당 체인점은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기 이전에 주당 2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주려고 이 수수료를 도입했다. 현재는 물가상승에 대응하고 일손이 부족한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고 록 엘름 태번 운영자는 밝혔다.
보스턴의 해산물 식당 '솔티 걸'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주방 감사 수수료'를 추가했다. 직원들이 일터로 복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 수수료를 받아 직원들에게 시간당 5달러씩을 더 주고 있다.
판매정보시스템(POS·포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이트스피드가 자사 고객 식당 6000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4월에서 올 4월 사이 서비스 수수료를 추가한 식당이 36.4% 늘었다. 이런 관행은 제과 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무게, 수량, 크기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유사하다고 WSJ은 분석했다.
고객들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수수료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고객들은 노골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이런 추가 수수료를 더 잘 수용하는 편이라고 WSJ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음식점만 이 같은 수수료를 도입한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업체 카드X에 따르면 건설 시공업체와 변호사들도 카드결제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지난 4월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자 그 부담을 고객들에게 전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