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농구 인기 절정 … 조던 등번호 '23'은 행운의 숫자
美여론조사 결과 '역대 최고 스포츠 스타'는 조던이 1위 차지
정말 뜬금없이 마이클 조던이 소환됐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보스턴 셀틱스 간의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이 3일(한국시간) 1차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일부 해설가들이 워리어스의 스타 스테판 커리(34)의 위대함을 거론하면서 조던과 비교해 논란을 일으켰다.
폭스 스포츠의 콜린 카우허드는 "커리는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다. 조던은 오랫동안 가장 위대한 선수였지만 게임을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 농구는 커리 덕분에 달라졌다"라고 주장했다. ESPN의 스티브 스미스는 한술 더 떠 "커리는 농구를 더 좋게 바꿨고, 조던은 더 나쁘게 바꿨다"라고 거들었다.
이들의 근거는 커리의 3점슛이었다. NBA는 조던과 같은 화려한 플레이와 덩크슛이 주를 이뤘으나 커리가 등장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팀플레이보다는 개인플레이에 의존한 조던이 농구 발전을 저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당연히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이런 해설자들이 농구를 나쁘게 만들었다"라며 심지어 "조던이 농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것은 신성 모독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커리는 현역 선수 중 최고라는 평가다. 슈팅 가드인 그는 통산 최다 3점 슛, 한 시즌 최다 3점 슛 등 3점 슛에 관한 모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팀의 3회 우승을 이끌었으며 이번에 우승하면 네 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하지만, 커리의 위대함을 얘기하면서 굳이 왜 조던을 끌어들였을까 하는 생각이다. 뛰어난 해설자들이니까 그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던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농구 팬들로서는 이들의 평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와 2020년대의 농구 인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1990년대 국내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기아자동차 등이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며 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다. NBA는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였다. 오죽하면 '마지막 승부'라는 농구 드라마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을까.
조던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시절이었다. '에어 조던'이라는 별명처럼 그는 공중을 날아다녔다. 더블 클러치도 보기 힘든 시절에 트리플 클러치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를 '농구의 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 농구화만 신어도 신났던 청소년들에게 그의 등번호 '23'은 행운의 숫자였다.
이전 9시즌에서 불과 2시즌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약팀 시카고 불스가 1984년 조던 입단 이후 그가 뛴 13시즌에서 모두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그중 6차례 우승했다는 사실만 봐도 조던의 위대함은 증명된다.
2015년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역대 미국 최고 스포츠 스타'를 조사했다. 조던은 베이브 루스(야구)와 무하마드 알리(복싱)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커리는 커리고, 조던은 조던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비교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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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