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25 (금)
[이필재의 CEO 스토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혁신의 적은 기득권
[이필재의 CEO 스토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혁신의 적은 기득권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2.06.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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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지면 안주하고 고정관념 사로잡혀…"혁신의 효과도 영속하지 않아"
기술력 뛰어나면 비용 경쟁 불필요 … 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에 공장 없어
모방을 통한 성장 한계에 봉착…패러다임 바꾸지 않으면 '소득 5만불' 난망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왼쪽)은 우리나라가 모방을 통한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자료=주성엔지니어링/이코노텔링그래픽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우리나라가 모방을 통한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이른바 추격형 경제로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겁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쓰러지는 외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열심히 밟아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어요. 말하자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죠. 이제 이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5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황 회장은 "페달을 더 빨리 밟을 게 아니라 승용차든, 경비행기든 다른 교통수단을 환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환승을 하려면 혁신이라는 발판이 필요하다.

혁신의 영역은 다양하다. '튼튼한 바지의 대명사' 청바지의 전설인 리바이스는 '청바지의 원조'이지만 아마존과 저가 브랜드의 협공으로 위기를 맞는다. 2011년 CEO로 입성한 칩 버그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찾은 인도 중산층 가정에서 만난 29세의 여성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청바지가 입는 거라면 리바이스는 그 속에서 같이 사는 거예요."

이 말이 단서가 돼 "리브 인 리바이스(Live in Levi's)"라는 광고 카피가 탄생한다. 이미지 혁신이다.

황철주 회장은 혁신이 '완벽'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은 물론 지식도, 아니 이들을 창출한 사람도 당연히 미완의 존재입니다. 혁신은 경쟁에서 이기는 한 방법일 뿐이죠. 말하자면 특정 시점의 특정한 환경에서 이기는 솔루션을 찾아내는 겁니다."

완벽하지 않은 만큼 당연히 리스크가 따른다. 모든 선택엔 비용과 더불어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다. 혁신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그래서 '신뢰할 만한 혁신'이란 말은 일종의 형용모순입니다. 단적으로 벤처 캐피털은 벤처에 신뢰를 요구해선 안 됩니다."

벤처 캐피털을 비롯해 벤처 투자자들은 머니 게이머를 넘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작 벤처 생태계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창업 오너들이 상대적으로 혁신에 강할 수밖에 없다. 창업 오너가 경영하는 회사들조차도 몸집이 커지면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성장 과정에서 생긴 기득권이 혁신을 방해하는 탓이다.

반도체 장비로 시작한 주성은 반도체 원천 기술로 디스플레이에 도전했다. 그 후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디스플레이는 전기를 빛으로, 태양광은 빛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뒤집으면 결국 같은 기술인 셈이다.

황 회장은 혁신이 성공하려면 구성원들의 공감과 협력,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혁신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해 혁신의 마인드로 구성원들을 무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의 효과는 결코 영속적이지 않습니다. 성공이 그렇듯이 일시적인 차별화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성공의 과실이 그렇듯이 시간이 흐르면 혁신의 성과는 물거품처럼 사라집니다. 혁신에 성공하고 나면 누구나 그때부터 그 그늘에 안주하게 돼요. 기득권과 고정관념이 생겨나고, 이번엔 이들이 혁신을 가로막죠. 성공의 저주라고 할까요?"

청바지의 강자 리바이스도 그랬다. 캘빈클라인, 갭, 게스 등 후발 주자들이 추격했지만 서서히 달아오른 경쟁 열기 탓에 이런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혁신은 톱다운 방식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힘이 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CEO라도 전문 경영인보다는 창업 오너가 혁신을 실행하기에 적합하다.

"경영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창업은 망할 각오로 성공하려 하는 것이죠.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이 좋은 예입니다."

그는 기업의 리더들에게 어렵고 리스크가 큰 혁신을 톱다운으로 시도해 보라고 주문했다. 리더의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격려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공장이 없다. 황 회장은 기술력이 뛰어나면 비용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구성원들에게는 혁신에 적극 참여하라고 반복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사와 비용 경쟁을 하느라 유목민 캠프처럼 생산기지를 이리저리 옮기는 거예요.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으면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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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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